“데바닷다는 여러 번에 거쳐 부처를 해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매우 괴로워했다”<하승사> “데바닷다는 항상 석존의 칭찬을 받았다”<대방등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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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불교 역사에서 데바닷다(제바달다)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이라 할 만큼 ‘악인’의 전형으로 그려져 왔다. 거의 모든 역사가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는 점에서 데바닷다 역시 ‘역사적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데바닷다, 그는 정말 악인이었는가>는 제목에서 보여주듯 그동안의 일반적인 평가를 넘어, 대 소승 경전이 전하는 데바닷다에 대한 기록에 담긴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부처님의 사촌동생이자 제자인 데바닷다는 승단분열을 책동하고 아자타삿투 왕자를 부추겨 죄를 범하게 하고 부처님을 해치려 하는 등 극악한 행동으로 불교 교단사에서 가장 지탄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사리불에 의해 “훌륭한 집안에서 출가했고 총명하고 큰 신통력을 가졌으며 용모가 단정하다”고 찬탄받는 등 양면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인도를 여행한 법현 스님의 <불국기>나 당나라 현장 스님의 <대당서역기> 등을 보면 부처님 사후 1000여 년이 지날 때 까지 데바닷다를 모시는 교단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악인의 전형이 된 데바닷다가 어떻게 교단을 이룰 수 있었을까? 대만 불광대 종교학과 란지푸(藍吉富) 교수는 책에서 데바닷다의 선행(善行)을 기록한 <미란타왕문경>과 그의 악행이 부처님의 공덕을 드러내주기 위한 방편이라 주장하는 <대방등무상경>의 기록을 근거로 데바닷다의 참 모습에 한 발 더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불교경전들의 ‘혼란되고 통일되지 않은’ 평가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지은이는 데바닷다의 예를 통해 궁극적으로 ‘경전의 기록이 모순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문헌의 조각을 신앙의 근거로 삼는 신앙방식은 올바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곧 불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올바른 판단, 신중한 선택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경전마다 서로 다른 각도의 견해와 전설이 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현대인들의 불교신앙 혹은 연구에 더 넓은 사고공간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