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현수막, 확성기예불 어지러워
불사권선 지나쳐 거부감
현대의 고도화된 산업사회, 물질만능사조의 팽배, 핵가족화 등은 사람들의 정신적인 면을 갈수록 황폐화 시키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종교가 제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윤택함을 누리고, 주5일근무제가 확대됨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가선용과 정서함양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산중(山中)불교가 민중불교, 생활불교화 되어가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이 사찰문화와 음식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때, 사찰의 문턱을 낮추어 국민과 호흡하는 정신문화적인 중심체로 거듭났으면 한다.
사찰은 그동안 참배 관람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었던 그동안의 관행을 정비하고, 맑고 향기로운 본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첫째, 경내에 어지럽게 걸려있는 현수막을 정리하고 확성기예불을 자제해야 한다.
일주문에 걸려있는 울긋불긋한 글씨의 현수막, 본존불이 모셔져있는 큰법당 편액을 가로질러 걸려있는 현수막… “00불사 접수중” “00일 기도접수합니다”....
현수막, 불사동참권선문 등은 적당한 장소에 지주틀을 세워 질서정연하게 세워야 마땅하다. 또 가급적이면 확성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둘째, 전각마다 설치돼 있는 복전함을 최소화시키자. 웬만한 사찰에는 복전함이 10~20개 정도 설치되어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야외석탑 앞에도 철제복전함이 놓여있는데 뻘겋게 녹이 슬어 복전함인지 흉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감히 제안한다. 복전함은 주법당(큰법당) 한 군데만 놓고 모두 제거하기를…. 재가불자들이 불공을 드리거나 사찰순례를 할 기회가 있으면, 그전날 은행에 가서 1천원 지폐 바꾸는 것이 주요한 일과중의 하나임을 사찰측은 아는가. 정성을 정성으로 받는 지혜가 아쉽다.
셋째, 불상? 불화에 간략한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불?보살상은 대부분이 황금색이며 생김새도 대동소이하다. 전각 안팎도 온통 불화(영산회상도?팔상성도?십우도?신중탱?지장탱?삼장탱?삼성탱화?변상도…등)로 장식돼 있다.
그렇지만 참배객은 그 내용을 잘 알 수가 없으니 이런 답답한 노릇이 어디 있을까. 행여 동반한 자녀들이 아빠 엄마에게 불상이나 불화에 대하여 묻기라도 한다면? 입장이 난처할게 뻔하다. 불상, 불화 앞에 간단하게 설명서를 게첨했다고 해서 불교의 존엄성이나 경건성이 훼손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넷째, 절마다 거의 있는 불사 권선이 어느때는 부담스럽다. 법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령 지긋한 노보살이 “00 불사하세요. 복지으세요.” 라고 종용한다. 부처님 참배도 하기 전에 독촉부터 받는 꼴이다. 마당에서, 또다른 전각에서도 불사 권유 목소리가 드높다. 불사는 예산을 확보하여 정성껏 집행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불교를 널리 전법할 좋은 기회는 자주오지 않는다. 모든 프로그램이나 사찰 분위기를 국민 눈높이로 개방하고 불교문화를 널리 알릴 때 한국불교는 도약을 거듭할 것이다.
이귀인(서울시 강북구 수유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