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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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석학들이 보는 한국불교 '정체성'은?
금강대 ‘동아시아 불교사…’주제 첫 국제대회
10월 23~24일 금강대에서 9개국 24명 참가

동아시아 불교사의 맥락 속에서 한국불교를 조망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국제불교학술대회가 10월 23~24일에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소장 권탄준) 주최로 금강대에서 열린다. 금강대로서는 개교 이래 첫 불교학 국제학술대회. 랭카스터 교수(미국 서부대 총장),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를 비롯해 9개국 24명의 한국불교학 권위자들이 발제·논평자로 대거 참가할 예정이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아시아 불교사 속의 한국불교’라는 주제로 치러지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총 16편의 논문이 ‘한국불교의 보편성과 특수성’ ‘동아시아 불교전통에서 살펴 본 원효사상’ ‘동아시아 화엄사상과 한국불교’ 등의 소주제로 구분돼 발표된다. 이 가운데 14편이 로버트 버스웰(미국 UCLA)·존 요르겐센(호주 그리피스대)·요르그 플라센(독일 보쿰대)·이시이 코세이(일본 코마자와단기대)·모로 시게키(일본 하나조노대학) 교수 등 해외 연구자의 성과물로, 한국불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어 학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한국불교의 정체성’이다.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논문으로 버스웰 교수의 ‘한국적 불교전통의 부상’, 요르겐센 교수의 ‘16~19세기 한국과 중국불교 비교상의 제문제’, 조은수 서울대 교수의 ‘보편성과 특수성 관점에서 살펴본 한국불교의 특성’, 그리고 김상현 동국대 교수의 기조강연 ‘동아시아 불교에서의 한국불교의 정체성’이 해당된다. 이들 논문은 공히 한국불교를 통불교 또는 호국불교로 규정하는 입장들에 대한 비판 내지는 반성으로부터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데, 귀결점은 다소 상이하다. 다음은 이들 논문의 요지.

◇로버트 버스웰 교수 - ‘한국’불교라는 관념 전통적으로 희박해

근대 이전 한국의 불교도들은 ‘한국’ 불교도라 여기기보다는 법맥에 따른 문중의 일원으로 간주하거나 한국을 범아시아적 불교 속에 편입시키려는 경향이 강했다. 인도 아쇼카 왕의 8만4천 부도탑 가운데 일부가 한국에서 발견됐다는 등의 주장이 한 예다. 이는 한국불교만의 독자적인 담화(unique narrative)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한국의 불교도 사이에서 ‘민족’ 감정은 조선후기의 불교개혁운동 때 처음 나타나며, 최남선의 통불교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당시 일본 불교학자들의 자민족 불교 예찬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한국민에 대한 정서적 호소를 위해 ‘설정된 개념’으로 봐야 한다.

◇존 요르겐센 교수 - ‘한국’불교라는 섣부른 일반화 경계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특징에 대한 모색은 내재적인 차이를 모호하게 하는 민족주의적 시도다. 이는 한국불교를 중국불교의 복제품 정도로 간주하는 일본인과 서구인에 대한 반동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동기들은 정작 전통 내에 있는 다양성을 볼 수 없게 하고, 엘리트에 관심을 집중케 해 몇몇 위대한 인물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민중불교와 대중신앙을 무시하게끔 하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특징들은 지속적인 변화 과정의 한 부분이므로, 이를 무시한 일반화는 특징을 변질시키기 쉽다. 그 특징들은 다른 조건이 변함에 따라 다른 역할은 갖는 것으로서, 특정 시간과 특정장소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김상현 교수 - 한국불교의 보편성과 특수성 모두 중요

버스웰 교수와 요르겐센 교수의 지적은 한국불교 연구자들이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민족주의적 시각에 대한 비판으로서 의미가 있다. 통불교론은 한국불교의 다양한 특징과 역사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한국불교사의 다양한 여러 측면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민족주의적 시각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해서 한국불교에 대한 개별연구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불교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대의 불교를 이상화하거나 특정 인물을 한국불교의 대표자로 논하기보다는 시대별 과제와 문화적 특징을 역사적으로 살피는 자세가 요구된다.

◇조은수 교수 - 고정적인 규정보다는 역사상 구현된 전통을 찾으려는 노력 필요

한국불교 성격 부재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한국불교의 특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비판 대상은 한국불교 성격 존재론자들이 특성을 고정적으로 생각해서 문화간 교류와 습합의 역동적 과정을 간과하는 데서 비롯된 문화 에센셜리즘의 오류다. 이 같은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고유한 특성을 찾기에 앞서 한국불교의 다양한 측면을 알아내고, 역사상 구현된 구체적인 한국불교의 전통을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불교의 공통적 특성을 찾으려다 보면 전통에 대한 의식의 총체로서의 한국불교 전통을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
2004-10-16 오후 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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