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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선 수행’ 바람을 불러일으킨 선두주자인 ‘간화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초청 대법회’에서 펼쳐졌던 감로법문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지난 2월 15일부터 5월 9일까지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이 법회는 산중에서 30~50년간 수행 정진해온 선지식들이 도심에서 잇달아 법문을 펼친 한국 불교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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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 너는 누구냐>에서는 고우 스님(각화사 선덕)을 비롯해 무여(축서사 주지) 혜국(석종사 선원장) 대원(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함주(법주사 총지선원장) 현산(화엄사 선등선원장) 현웅(육조사 선원장) 스님 등 선방에서 수행해 온 선원장 스님 11명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설법 현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미처 법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법문을 들었던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선사들의 법문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우리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똑같은 법문이라도 듣는 이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그 감동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꼼꼼히 되새기며 법문을 읽다보면 현장에서 흘려들었던 법문들이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선의 본질과 의미’ ‘화두 드는 법’ ‘선 수행의 요체’ ‘한국선의 세계화와 생활선’ 등을 주제로 ‘간화선 위기론’의 해법을 제시하고 재가 신도들의 수행을 고취해 수행의 대중화를 유도하기 위한 스님들의 고뇌와 열정을 ‘살아있는 법문’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공부를 하다가 말다가, 졸다가 깨었다가 해서는 진척이 없습니다. 누가 장군죽비로 때려 줄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경책하는 수밖에 없어요.”(고우 스님 법문 中)
“옛 선사들의 말씀에 ‘발심 있는 곳에 화두 있고, 화두 있는 곳에 발심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발심을 하면 화두 안되는 것을 한탄하고 괴로워할 것이 없습니다.”(무여 스님 법문 中)
“여러분들은 법문을 듣고 마음의 사리가 되도록 거름을 주고 물을 주어 부처가 될 수 있는 법을 찾아야 합니다.”(혜국 스님 법문 中)
법문 후에 이루어진 즉문즉답(卽問卽答)도 고스란히 지면에 옮겨졌다. ‘윤회하는 주최는 무엇인가’ ‘참 의심은 어떻게 내는 것인가’ ‘활구참선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불자들의 질문에 선사들이 던지는 ‘할(喝)’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선, 너는 누구냐>(현대불교신문사 엮음, 여시아문,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