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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율도국'의 꿈 남해에서 엽니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남해 사람들'
공동체를 생각하는 남해 사람들(가운데는 효천 스님)

너무나 푸르러 쏟아질듯 높디높은 남해 화방사(주지 효천)의 가을 하늘. 졸졸졸 흐르는 맑은 시냇가. 개울가 주변엔 두 개의 가마솥에 물이 펄펄 끓고 열 명 남짓한 아낙네와 남정네들은 분주히 뭔가를 하고 있다.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등성을 누빈 효천 스님의 승복도 땀에 흠뻑 젖었다. “보소 마! 수련회라도 열렸는교?” 그 길목을 지나는 시골 아낙의 사투리 섞인 질문이 정겹기 만한 가을날의 여유다. 반나절이 지났을까? 황토?감?숯?토란 등으로 천연 염색된 형형색색의 옷감들이 김이 펄펄 나는 가마솥에서 국수가락 뽑아지듯 쏟아져 나온다.

“스님예, 요번엔 숯 염색이 참 잘 돼서 스님 승복하고 복지원 할머니들 조끼좀 지어 드릴까 합니더”라는 한 아낙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들 “그라입시더”라며 웃음 짓는다.

10월 3일 ‘공동체를 생각하는 남해 사람들(이하 공생남사모)’의 월례모임 풍경이다. 공생남사모는 지난 1997년 열 명의 남해 사람들이 ‘다양성과 상생.’ 그리고 ‘인간과 자연, 생명문화’라는 공통의 화두를 들고 모인 단체다. 이들에게 종교와 사회적 지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지역사회 발전과 참다운 공동체 문화를 뿌리내기 위해 뭉쳤다. 지금 그들은 남해에 ‘공동체 마을 만들기’라는 원대한 꿈을 일구고 있다. 청소년ㆍ노인복지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효천 스님을 대표로 16명의 회원이 일심동체가 돼 지역문화운동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보헤미안 스타일(자유분방한 인간형)을 지향하는 ‘공생남사모’ 회원들의 장기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정주한(42?공생남사모 사무국장)씨는 전직 교사로 모임의 핵심 브레인역할을 맡고 있다. 문찬일(42?미담 한정식 대표)씨는 6년 전 호기심으로 장승깎기를 배웠지만 실력은 수준급. 독실한 불교신자인 하향례(51?화방복지원 과장)씨는 독학으로 천연염색을 배워 직접 천에 물을 들이고 옷도 손수 지어 입는다. 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소은(소은피아노학원장) 씨는 소아마비 환자지만 현재 피아노학원을 운영. 또 남해신문 기자로 활동했던 김상명(42)씨는 일명 ‘바닷바람 맞은 녹차밭’가꾸기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또한 소수정예로 활동하고 있는 공생남사모의 회원모집방법은 신라의 화백회의에서 가져왔다. 열심히 일할 준비된 자세는 물론 이타심을 겸비한 사람으로 가입시 회원모두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선출한다. 이 때문에 이름만 적을 두고 유명무실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아예 입회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공생남사모는 철저히 실천에 주력한다.

이처럼 직업과 종교도 제각기 다른 이들이 남해군에 농업, 환경, 생태, 문화의 씨앗을 뿌려 이 지역을 일과 놀이, 노동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전통 두레정신을 꽃피울 ‘신(新) 율도국’건설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쪽빛 남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해읍 망운산 자락에 향후 10년 안에 ‘신 장경각’을 건립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신 장경각 사업’이란 남해에서도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는 설을 근거로 ‘제2의 장경각’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세미나 ‘팔만대장경 그 흔적을 찾아서’를 개최, 역사를 고증하고자 하는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공동체 마을의 전초기지로서 문화관광기지, 유기농 농사를 짓는 생태마을, 민속마을, 녹색산업기지가 하나가 되는 ‘공동체 마을’을 세우겠다는 이들의 원대한 꿈이다.

효천 스님은 “불교의 무주상보시 이념으로 노인복지에 앞장설 것이며 생태유기농업과 녹색산업(차밭 조성, 화훼농장 등)을 기반으로 재정적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노인복지의 르네상스를 활짝 꽃 피우겠다”며 공동체 마을이 그 거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췄다. 스님은 친환경개발을 원칙으로 공동체 마을이 조성될 망운산 일대의 자연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의 활약상은 그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실감할 수 있다. 공생남사모의 ‘유기농사?천연염색?짚풀공예 체험 교실’은 학생들에게 먹거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에 안성맞춤이다. 그 중에서 제일 인기 있는 것은 단연 천연염색 물들이기란다.

공생남사모의 활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앵강만 지역의 ‘생태보존 지킴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려수도의 마지막 청정지역인 앵강만을 지키기 위한 ‘앵강만 살리기 운동’이 바로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일반인과 청소년?대학생을 대상으로 공동체여름학교(산사생활체험, 산악등반 극기 훈련, 명상)도 운영하고 있다. ‘산사문화를 이해하고 명상을 통해 자기를 바로 보는 시간을 가져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자는 계기가 됐다’는 남해군민들의 평도 호의적이다. 화방사 채진루에서 매년 개최되는 ‘숲속생명사랑 산사음악회’의 반응도 매우 좋다. 문화적 차이를 넘어 군민과 관광객이 더불어 추억거리를 만드는 장(場)인 이 음악회가 이제는 기다려지기까지 한단다.

이처럼 공생남사모는 남해군을 넘어 우리나라 전역으로 에코(환경)와 디지털이 결합되는 녹색 환경과 ‘상생 공동체 이념’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그들은 10년 후 그들이 꿈꾸는 ‘공동체 마을’의 청사진을 그려가며 매일 아침 남해 앞바다에 신 율도국으로 가는 돛단배를 띄우고 있다.
노병철 기자 | sasiman@buddhapia.com |
2004-10-16 오후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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