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발굴 조사가 1000여건에 달하고, 소요되는 비용만도 1000억여 원을 상회하는 시대. 하지만 장기적 안목 없이 마련된 관련 제도들은 이처럼 커버린 사업 분야를 통제·관리하는 데 무력함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은 10월 15일 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긴급진단, 발굴조사의 현실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이날 공청회에는 발굴조사기관을 대표한 최성락 전남문화재연구원장(발굴전문기관), 이청규 영남대학교박물관장(대학발굴기관), 서오선 국립부여박물관장(국·공립발굴기관), 학계를 대표한 이상길 경남대 교수, 사업시행자를 대표한 한국토지공사 최금식 신도시사업2처장과 김원규 춘천시민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서오선 관장은 예전에는 국립박물관과 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를 주도해왔지만 구제발굴이 폭증한 이 시점에는 발굴전문기관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박물관은 유물 전시·보존에 충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성락 원장은 발굴전문기관이 구제발굴, 대학은 학술발굴, 국공립기관은 학술·지정문화재발굴로 역할을 분담해야할 것이라며, 발굴전문기관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연구원 재교육 등의 지원책과 각종규제의 유연한 적용을 요청했다.
한편 최금식 처장은 사업시행자로서 겪는 고충을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문화재 조사 수요와 조사기관의 불균형으로 인한 발굴조사용역의 왜곡현상, 조사기관과 시행자간의 불신 심화, 부실한 지표조사로 야기되는 사업시행자의 부담 가중, 사업지구 지정 후에 문화재지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과 발굴비 원인자 부담의 불합리한 면을 부각시켰다.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이상길 교수는 면밀한 분석과 아울러 종합적인 처방을 내놓았다. 구제발굴의 최대 조사기간을 정하고, 전문기관의 공익적 성격을 규정해 발굴조사의 공익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한편, ‘발굴사’자격증을 도입해 발굴조사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것을 주장했다. 또 ‘발굴공사’ 창설과 조사원의 준공무원화를 통해 발굴전문기관의 구조적인 틀을 전면적으로 바꿀 것도 제안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발표·토론된 내용들과 관련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법제도 개선 등을 통해서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