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 종합 > 교육·종립대
동국대 산림학교, 유명산 자연휴양림 실습
생명의 숲에서 부처님의 가르침 전해야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로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 일찍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46번 도로를 달리다 新청평대교를 건너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유명산자연휴양림(팀장 안구현ㆍ(031)585-9643) 입구에 도착했다. 10월 10일,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을 얼마 남기지 않아서인지 유명산은 제법 쌀쌀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이날 현장 교육에는 동국대 산림자원학과 윤화영 오충현 교수를 비롯해 해인사 제정 스님 등 산림학교 수강생 15명가량이 동행했다. 동국대는 10월 9~10일, 16~17일, 30~31일 세 차례에 걸쳐 산주와 산림에 관심 있는 스님,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제1회 산림학교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녹색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열리는 이번 교육은 매주 토요일 이론 수업과 일요일 현장교육 형태로 진행된다.

교육 첫날인 9일에는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우리나라 임업의 미래, 사유림의 지원 정책, 산림지원사업 등에 대한 개괄적인 총론과 임업경영, 산림환경, 단기소득자원, 임산도득자원에 대한 실무위주의 이론교육을 실시했다.

사찰림으로 주5일제 대비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절에서 농감(農監)이나 산감(山監)은 대단한 소임이었는데 요즘은 이름만 남았을 뿐 실제로 하는 일이 거의 없죠, 한국불교의 거대한 자신인 숲에 대한 체계적 관리나 활용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제정 스님은 휴양림 산책로를 오르며 산림자원의 활용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이 부족을 안타까워했다. 농업이나 임업에 의존하던 사찰 살림이 변화 하면서 최근에는 사찰림을 아예 방치하거나 헐값에 채취권을 민간 업자들에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비록 산중 불교의 영향이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명산대찰(名山大刹)’이라 부를 만큼 우리나라 곳곳에 터를 잡은 사찰은 대부분 깊은 산속 숲을 배경으로 조성됐다. 사찰림은 이런 배경을 통해 우리나라 사유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국립공원의 대부분이 조계종 사찰의 소유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오래 전부터 확고한 소유권과 종교성으로 인해 비교적 사람의 간섭 없이 잘 관리되어온 것 역시 사찰림의 특징.

제정 스님은 이날 4개 실습과정(휴양림, 조경, 장뇌재배, 숯가공) 가운데 특히 휴양림 조성에 대한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유명산을 찾았다. 스님은 5일제가 확산될 때를 대비해 온 ‘사찰의 숲’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참가자인 윤희구 씨는 양주에서 20여년 넘게 ‘단군농원’이라는 식물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산을 몇 십 정보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기회에 뭔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먼저 2만 4천평 규모의 자생식물원을 견학 했다. 수도권과 가까워서 인지 오전 일찍 부터 휴양림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식물원은 솔나리, 꿩발톱, 술패랭이, 쥐손이풀 등 테마별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송명근(50) 씨는 “대전인근에 산을 가지고 있는데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묶여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해 두었는데, 이번 교육기간 동안 나름대로 활용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우거진 전나무 숲길을 오르는 동안 등껍질 무늬가 광대의 웃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광대벌레’라고 부르는 곤충이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참가자들은 ‘숲속의 집(펜션)’이라고 부르는 휴양시설운영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몇몇 참가자들은 통나무집의 구조를 살펴보며 직원에게 시설 이용 방법 등을 묻기도 했다. 숲길 산책로를 내려온 이들은 곧게 뻗은 전나무 숲 속 벤치에 둘러앉아 현장소장을 맡고 있는 안구현(54) 팀장과 휴양림 운영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안 팀장은 “휴양림에 대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피상적인 인식과는 달리 실제 휴양림의 운영은 이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복잡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객에 대한 서비스와 산림의 보호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민간에서 휴양림을 운영하는 것은 대단한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초기 자금이 많이 들고 이익환수가 더딘 사업에 개인이 섣불리 뛰어 드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닌 듯 했다. 현재 전국 90여개 자연휴양림이 있다. 그 가운데 유명산 같은 국ㆍ공영이 휴양림이 50여 곳이며, 나머지 20여 곳 정도를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안 팀장 밝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교계가 이 사업에 뛰어들 경우 그리 불리한 것만은 아닌 듯 했다. 개인이 뛰어 들기 어려운 사업인 만큼 사찰림의 휴양림화는 오히려 터 큰 경쟁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휴양림을 이용하려는 폭발적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개인휴양림의 경우, 국영이나 공영 휴양림에 비해 이용비용이 다소 비싼데도 항상 공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오충현 교수는“불교계의 경우 기존 사찰림 템플스테이 형태의 휴양림 사업을 계획한다면 그렇게 불가능한 사업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운영 관리 인력 가운데 일부는 자원봉사를 활용할 수도 있고 기존 사찰의 불교관련 의식과 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포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현장 견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기 전 제정 스님은 “부처님은 룸비니숲 무우수(無憂樹)나무아래에서 태어나 녹야원의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고 사라숲에서 열반 하셨죠, 불교의 숲은 생명의 공간이다. 경쟁에 지친 중생들이 숲을 통해 불교의 ‘불살생’ ‘방생’ ‘자비’ ‘금육’과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게 ‘생명의 숲’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제정 스님은 16일엔 장뇌삼 재배지 현장 실습도 참가 하겠다고 했다. (02)2260-3316
조용수 기자 | pressphoto@buddhapia.com
2004-10-13 오후 5:27: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