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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같은 삶 사세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행복을 바라면 행복은 벌써 저만큼 달아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각자 주어진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만족하며 살 수 있나, 그 길을 찾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음을 텅 비워 어디든 걸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라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몇 십 년 공부하다 보니 나 같이 성품이 꼬부라져 있던 사람도 이렇게 펴졌어요.(집게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렸다가 곧게 펴 보이신다.) 그게 행복의 실체입니다. 그러니 자꾸만 열심히 익혀야 합니다. 쉼 없이 익혀 나가는 것이 공부이고 수행입니다. 나는 이래서 못하고, 이래서 불행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딛고 일어서서 그것을 공부의 재료로 삼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나 같은 사람도 젊은 시절 마음에 못이 박힌 게 있었기에 지금처럼 될 수 있었습니다. 어려서는 몸이 약해 늘 병을 달고 살았고, 집안이 잘 살다가 갑자기 망해서 그 두 가지가 나를 막 짓눌렀어요. 그러나 바로 그게 디딤돌이 되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니까 일급 뇌성마비 장애인이 장애를 딛고 벤처 회사 사장이 된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 사람은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일그러진 얼굴로 “뇌성마비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장애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 사람들은 장애를 원망하거나 피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디 딴 데서 행복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고개만 들고 있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처한 발 아래를 직시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을 기를 때 행복은 절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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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 친구 중에 젊은 시절 사고를 당해 죽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때는 그토록 젊은 사람이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 하는 의심이 꽉 들어차서 눈 깜짝할 사이에 목적지에 가 있곤 했어요. 그렇게 의심으로 뭉쳐 있으면 모든 걸 볼 때 걸리지 않게 되고 오로지 화두에만 집중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의심에 집중하다 보면 거울같이 되는 순간이 옵니다. 무엇이 들어오더라도 거울처럼 막 받아들이는 상태가 되면 거기서 ‘참씨앗’, 즉 내가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주인공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때부터 다양한 경험과 점검을 통해 그 씨앗을 잘 가꾸어가야 합니다.
세계의 한쪽에선 전쟁으로 죽어가고, 한쪽에선 무서운 질병이 일어나고, 또 일확천금을 꿈꾸는 등 세상은 온통 이기심과 아집, 전도된 가치관으로 혼란속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원하면서도 불행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입니다.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인과입니다. 이기심은 독가스와 같습니다. 스스로를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남까지도 불행하게 만듭니다. 우선 이기심과 개인주의를 깨버려야 참다운 실천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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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전도된 가치관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종교, 과학, 철학이 삼위일체가 된 일원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발달된 과학으로 무엇을 만들었으면 그것에 종교적 가치를 가미해 사랑으로 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보람있는 일입니다. 내 안에 이미 갖추어져 있는 소우주의 소질을 발굴해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자비와 봉사와 감사를 신조로 삼고 성실, 근면, 검소를 생활지침으로 삼고 노력해야 합니다. 심성을 닦아 나가면 귀결하는 것이 그곳입니다. 늘 자비로 사람을 대하고 차원을 높혀서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어야죠.
오르려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내려가려면 바다밑까지 내려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흉내만 내지 말고 철저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산 중턱쯤에 올라 산정상에 가본 듯 말하지 말고, 묵묵하게 생활가운데 실천하고 치열하게 파고 들어봐야 합니다. 공부는 안해서 그렇지 하면 반드시 됩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얼굴이 있듯 순수의식은 모두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파도가 일렁이는 표면에 속지 말고 바다밑까지 내려가 고요한 본성품, 순수의식으로 살면, 지금 여기가 부처님 세상입니다.
정리=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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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맙습니다.”
호명스님이 전화 통화를 끝낼 때면 언제나 빼놓지 않고 하시는 말씀이다. 앞에 어떤 내용의 말이 오갔든 그건 상관이 없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꼬리처럼 따라 붙는다. “감사, 자비, 봉사로 살아야 돼. 그리고 성실, 근면, 검소를 생활지침으로 삼아야 돼.” 늘 하시는 말씀이 그대로 생활로 이어지고 있음이다. 스님이 지도하는 공부모임인 경심회(耕心會) 회원이면서 스님을 시봉하는 백련화 보살은 “요즘은 돌과 잡초를 손수 뽑아내고 텃밭을 가꾸며 새벽부터 밭에 나가 한시도 쉬지 않고 정진하신다”고 귀띔했다.
1939년 출가해 해인사 통도사 강원을 졸업하고 봉암사를 비롯한 제방선원에서 정진하시던 스님은 87년이후 통도사 시탑전에 주석하고 계신다. 그림 속에 나오는 신선처럼, 눈썹이 하얗고 웃을 때면 천진불 같은 호명스님은 세수 구십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날아갈 듯 가볍게 움직이고, 걷는 모습은 구름 위를 걷는 듯 사뿐하다.
지금도 법문을 청하면 서울이든 부산이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부산 극락선원과 경심회에서 이론과 실천이 겸비된 법문으로 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틱낫한 스님이 방한했을 때는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틱낫한 스님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갔을 정도로 내로라하는 스님들의 법회에 스님은 간혹 모습을 나타낸다. 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을 읽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을 불교적 가르침과 연결시키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사람들에게 불법을 알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스님의 정진력을 잘 보여준다.
“알 듯 모를 듯 흐리멍텅한 사람들의 명태눈을 뜨게 할 핵심을 일러주기 위해” 반야심경 해설서를 집필하고 있는 스님은 경심회 회원들과 함께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준비에도 한창이다.
비가 오는 중에도 마당까지 따라 나와 배웅해 주신 호명스님. 기자의 손을 꼭 잡으며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돋보이려고 하지 말고, 세상 사람들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봉사하는 길을 찾다 보면 틀림없이 훌륭한 기자가 될 것”이라는 당부와 덕담을 잊지 않으셨다.
422호 [200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