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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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주년] ‘인재활용’에 답이 있다
1970년 이후 티베트 불교가 서양 불교계를 주도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는 이제 서양인들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꿔 놓고 있다. 미국에만 1천여 개에 가까운 티베트 불교 관련 센터들이 생겼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도 수많은 티베트 불교 사원들이 건립되고 있다.

한마디로 티베트 불교는 서양인들이 불교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도록 하는 ‘서양 사회 속에서의 불교 대중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티베트 불교의 성공을 보며 그 비결은 무엇이며 여기에서 한국 불교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짚어본다.

● 불교와 과학 효과적으로 접목=불교와 과학의 효과적인 접목은 티베트 불교가 1970년 이후 서양 사회에서 성공한 근본 원인이다. 티베트 불교 교리를 합리적이면서도 쉽게 설명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구체적이며 효율적인 면을 중시하는 서양인들이 티베트 불교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반면 1950~60년대 ‘젠 불교(Zen Buddhism)’의 선풍을 일으킨 일본 불교는 한 때 히피 문화와 접목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70년대 이후 주도적인 위치를 티베트 불교에 내놓게 됐다. 그것은 서양인들에게 불교를 합리적으로 이해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교의 과학적 설명은 1950년대 칼 융과 같은 심리학자들에 의해 시도됐다. 이때까지도 서양 불교의 주류는 일본 불교였다. 그 후 70년대 하버드대 허버트 벤슨 교수가 명상의 심리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면서 티베트 불교를 중심으로 뇌 과학, 심리학적 연구가 본격화됐다. 뇌 과학과 불교를 연결시킨 사람은 F. 바레라다.

2003년 9월 미국 MIT대학에서 열린 마음 생명연구소(Mind &Life institute)의 ‘마음탐구(Investigating the mind)’ 주제의 회의는 불교와 과학이 만나는 대표적인 현장. 심리와 뇌신경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한 과학자인 하버드대 스테판 코슬린 교수, 위스콘신대 데이빗슨 교수 등과 달라이 라마는 ‘마음’의 문제를 바라보는 불교와 과학의 방법론을 검토했다.

달라이 라마와 서양 과학자들은 1987년부터 매해 이와 같은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모아 등 서적을 발간하고 있다. 올해에는 ‘뇌 적응성(Neuroplasticity)’를 주제로 한 회의가 10월 18~22일 다람살라에서 열린다.

● 다양한 번역서=서양에 불교를 알릴 가장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각종 서적의 번역이다. 1950~60년대 일본 불교, 소위 ‘젠(Zen)’의 선풍적인 인기도 다양한 번역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서양 불교계에는 다양한 티베트 불교서적이 대거 등장했다. 장서보유고 세계 2위인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은 1178권의 불교 관련서적 중 474권의 티베트 관련 서적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보유한 불교 관련 서적과 음반은 총 21,719개이며 그중 절반이 넘는 12,060개가 티베트 관련 서적과 음반일 정도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은 40여 주 동안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에 뽑히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조그만 편의점의 책 코너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아마존’ 전체 판매순위 400위권이며, 이는 가장 유명한 한국 불교 관련 서적인 숭산 스님인 <선의 나침반(The compass of Zen)>이 판매순위 18000위 라는 사실과 비교가 된다.

● 슈퍼파워 ‘달라이 라마’영향력=티베트 불교의 세계화에 달라이 라마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1989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서양인들의 평가는 ‘The most famous buddhist around the world(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불자)’이란 말로 요약된다.

그의 위상은 2003년 9월 한 달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보스턴, 뉴욕 등지에서 열린 달라이 라마의 법회 ‘달마토크(Dharma Talk)’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균 1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이 법회들에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그 대부분이 백인이란 사실도 관심을 모았다. 이는 티베트 불교가 미국 주류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보스턴 플릿센터 법회 입장권은 20~100불의 가격으로 팔렸지만 전좌석이 매진 됐으며, 미국 NBC 방송은 뉴욕 센트럴파크 법회에 4만~5만 명의 백인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경제적 가치와 효용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 피난지에서도 교육…외국어 필수=한국 불교 공부를 하는 게쉬 중례 스님은 티베트 불교의 저력은 ‘인재불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중례 스님에 따르면, 티베트 스님들은 1959년 달라이 라마의 인도망명 이후 승려 교육 과정에서 외국어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스님은 “최소 15년 동안 불교 경전을 샅샅이 공부해야 스님인 라마가 될 수 있으며, 불교 박사인 ‘게쉬’는 18년 이상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티베트인들은 국권을 빼앗긴 이후 인도 등 여러 나라로 흩어졌지만, 교육 시스템을 거의 완벽하게 피난지에서 재건했다. 각 종파에 따라 최대 4천명 이상의 스님들이 공부하는 대규모 불교대학이 4개 이상 인도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새로운 교육 과정에 따라 사회학, 철학, 자연과학 등 근대 학문들도 공부하고 있다.

● 헐리우드 스타 적극 활용=티베트 불교는 영화 음악 운동 등 문화산업을 효율적으로 이용, 서양 사회에서 불교 대중화에 성공했다. 티베트 불교는 문화산업을 통해 서양인들에게 불교를 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와 가수들도 티베트 불교의 신비한 이미지를 통해 인기스타의 자리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우마 써먼은 티베트 불교학의 세계적 권위자 로버트 써먼 컬럼비아대 교수의 딸이며, 브래드 피트는 달라이 라마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을 정도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리처드 기어, 가수 아담 아크, 티나 터너, 허비 행콕, 골디 혼,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 잔느 모로, 장 클로드 반담 등은 각종 티베트 관련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오스카상 2회 수상자인 배우 제시카 랭은 티베트 사원 건축 기금 캠페인을 벌였다. 소년 달라이 라마를 주제로 한 영화 ‘쿤둔’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 장 자크 아노 감독 역시 티베트 불교 매니아다.

가장 권위 있는 음악상 중 하나인 그래미상의 2003년 ‘해외 최고음반’ 부문에 티베트 세랍 링 사원의 염불 모음 앨범이 선정된 것도 헐리우드 내의 티베트 파워가 한몫을 했다.


“다양한 시도 변화·노력 배워야”
# 종매 스님이 본 티베트 불교

70년대 쇼감 투룽파 린포체에 이어 80년대 서구사회에 혜성같이 등장한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불교는 아주 쉬워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 그런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가르침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티베트 불교는 리처드 기어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지대한 영향력을 통해 서양인들의 가치관 속에 마치 전체 불교를 대표하는 것과 같은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평가된다.
달라이 라마의 끈질긴 노력으로 티베트 불교는 원래의 무속적이면서 신비주의적인 경향을 상당부분 버렸을 뿐만 아니라, 꽤 합리적이면서 심지어는 과학적인 설득력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는 아직 내부적인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티베트 불교는 본래 성력(性力) 숭상을 하는 폐단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것이 다시 한번 서구사회에 나타난 것이 쇼감 투룽파 린포체가 창립한 삼발라 교단이 1980년대 겪었던 어려움이다. 투룽파 린포체는 교단 운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수많은 스캔들에 시달렸다.

한국 불교와 달리 티베트 불교는 수많은 이질적인 종단이 존재하고 그들 사이의 알력이 벌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예전에는 탄트라 수행을 놓고 황모와 적모, 흑모로 나눠져 대립했으며 근대에 와서는 칼마 카규파 내부에서 심각한 분쟁이 벌이지기도 했다.

결국 일본 선불교가 50~60년대 서구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이후,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적응에 실패하며 오랫동안 정체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티베트 불교도 미국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난 어려움들을 극복해야 할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그것이 티베트 불교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계화를 준비하는 한국 불교는 현대사회에 맞는 불교적 메시지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는 티베트 불교의 노력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내부 문제를 과감하게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해야만 현대인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美 남가주대 교수
강유신 | shanmok@buddhapia.com |
2004-10-12 오전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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