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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해로 90대 부부, 동반자살
‘78년이나 함께 산 당신을 죽인 독한 남편이 됐네. 하지만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맙시다. 살만큼 살고 둘이서 같이 세상을 떠나니 즐겁게 갑시다.’

병든 90대 아내를 돌보던 90대 남편이 동반자살하고 남긴 유서. 여기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녹아있었다. 현장에는 찢은 달력 석장에 남긴 이 유서와 함께 장례 치를 돈 250만원도 남아 있었다. 경찰은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비관해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은 10월 5일 오후 7시쯤 서울 구로구 오류동 D아파트에서 허모(92)씨와 허씨의 부인 엄모(93) 씨가 함께 숨져있는 것을 허씨의 막내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3년째 부모를 모셔온 아들 허 씨(50)는 “회사일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부모님 방문이 잠겨 있어 불길한 예감에 베란다를 통해 들어가보니 아버지가 어머니 곁에서 목을 맨 채로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전북 익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키워낸 허 씨 부부는 자녀들의 설득도 뿌리지고 둘이서 강서구 가양동에 집을 마련해 살아왔다.

자식들이 주는 생활비로 받지 않고 고물을 주워 생활해온 허 씨는 지난해 아내 엄씨가 치매를 앓게 되면서 금실 좋기로 소문난 이들 부부에게 시련이 닥쳤다. 이른 새벽부터 손수 밥을 먹이는 것은 기본,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한시도 아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내의 증세가 날로 심해지자 허씨는 아내가 죽으면 함께 죽겠다는 말을 자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6일 “허씨가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기 싫어 동반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마음으로나마 천도를 빌어주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철우 | ingan@buddhapia.com |
2004-10-07 오전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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