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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시작한 개막식은 김병모 대회조직위원장의 개회 선포와 자크 페로 ICOM 회장의 개회사, 각계 인사들의 축사로 이어졌다. 명예대회장인 영부인 권양숙 여사는 “문화재는 개인과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 세계가 함께 관리해 나가야 할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며 “특히 사라져 가는 각국 무형문화재의 계승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우리 모두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마하 차크리 시린돈 태국 공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주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외무장관 등도 참석하여 세계박물관대회의 개막을 다함께 축하했다.
개막식 이후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이어령 前 문화부 장관은 “앞으로 박물관은 유형문화재를 있게 한 보다 근본적이고 무형적인 부분, 즉 사회와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 것과 같다는 안타까운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이같은 소중한 문화자원과 무형의 생각, 인간들의 생명 속에 각인된 기억을 이어가는 전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어령 박사는 “21세기의 박물관은 그동안 지엽적으로 관심을 한정해왔던 유물 보존관리에서 눈을 돌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며 “우리는 여지껏 어느 시대의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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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남 박사는 이화여대 부속 박물관과 구림리 주민 공동체가 협력하여 무형문화재를 성공적으로 보존한 구체적 협력 사례를 들어 ‘공동체와 박물관이 연계하여 어떻게 박물관학적 접근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를 논의했다.
마끼오 마츠조노 일본국립민족학박물관 관장은 “예술박물관이든 역사박물관이든 박물관은 늘 유형소장품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앞으로는 유형문화재를 있게 한 문화의 주인공들 사이의 상호 유익한 교류를 증진하는 것이 박물관의 목표”라며 발표를 맺었다.
기조연설 발표자들은 또한 사라져가는 무형문화재를 보호할 방안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뉴미디어와 디지털기술에 주목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시장논리를 앞세운 세계화에 밀려 자국문화들이 사라져가고 있는데 위기감을 느끼는 비서구권 지역 학자들이 특히 활발하게 참여해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자신을 '케냐의 고고학자이자 박물관학자'라고 소개한 한 참석자는 “과연 기술이 사람의 몸으로만 표현이 가능한 인간의 감정을 어디까지 재현하고 담아낼 수 있는가”라며 기술 의존적 사고방식에 우려를 표명하자 바그리 대표가 “확실히 기계를 통한 시청각 수단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보조적 도구일 뿐이다”고 동의하는 등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대회에서는 ‘무형문화재의 보존’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국악과 승무, 시나위, 살풀이 등 우리나라 전통 공연이 펼쳐져 참가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한편 대회기간 중 대회장인 컨벤션센터에는 국내외 25개 기관 및 업체가 설치한 70개 부스가 운영된다. 목조각장 박찬수(목아박물관 관장) 씨 등 중요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와 전승자 백여 명이 제작한 전통공예품도 함께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