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은 인도 아쇼카왕에 버금가는 전륜성왕이다.’
최근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광개토대왕은 불교를 국가통치 이념으로 삼아 국리민복을 추구한 ‘전륜성왕’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주장을 제기한 학자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고대불교사를 전공하고 있는 조경철 연세대 강사.
조 씨는 논문 ‘광개토왕대 영락기년 검토와 불교’를 통해 <삼국사기>에 고국양왕이 반포한 것으로 돼 있는 ‘불법을 믿어 법을 구하라’는 내용의 교서가 광개토대왕이 반포한 것임을 밝혀내고, 이를 근거로 불교와의 관련성 규명을 시도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고국양왕이 교서를 반포한 때는 392년. 같은 해 고국양왕이 죽고,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광개토대왕비에 따르면 영락(永樂·광개토대왕의 연호)원년이 391년이어서 학계는 <삼국사기>의 392년을 391년으로 수정해서 연대를 계산함으로써 난점을 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씨는 5호 16국과 백제를 비롯한 광개토대왕 당시 동아시아에서는 유년칭원법이 일반적이었음을 근거로 고구려 또한 유년칭원법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즉위년은 영락원년인 391년보다 한 해 앞선 390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유년칭원법은 前 왕이 죽은 이듬해(새 왕이 즉위한 다음해)를 원년으로 삼는 것이다.
그 1년의 차이가 광개토대왕과 불교 관계 이해에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조 씨는 강조한다. 광개토대왕이 390년에 즉위했다면 391년에 반포된 ‘불법을 믿어 법을 구하라’는 교서는 광개토대왕의 것임이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조 씨는 광개토대왕의 통치이념을 읽어낸다.
“광개토대왕은 인도 아쇼카왕에 버금가는 전륜성왕이었다. 그의 통치이념은 ‘영원한 법의 즐거움’을 뜻하는 영락이라는 연호에 응축돼 있다.”
조 씨의 논문은 10월 9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리는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이문기)에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