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무속과 점을 미신이라고 무시하는데, 사실 불교보다도 점과 사주가 고통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습니다.’ <다음의 S카페>
#‘아라한은 최고의 무술을 뜻합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잖아요.’ <네이버 지식검색에서>
불교에 갓 입문한 30대 후반의 직장인 P씨. 최근 개신교 신자인 직장 동료에게 ‘불교도 신(神)을 믿는다’ 했다가 큰 망신을 당했다. 그간 인터넷에서 얻은 왜곡된 정보를 믿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아차!’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다시 검색.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를 취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P씨의 자책감은 원망과 불만으로 옮겨간다. ‘왜 불교정보를 제대로 관리하는 단체가 없을까?’
P씨와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상 불교관련 정보들의 오류·편향·왜곡·비방 현상이 심각하다. 게다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잘못된 불교정보들이 폭발적인 인터넷 파급력을 타고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데다 최근 ‘지식검색’이란 정보교환 시스템이 네티즌을 정보 생산층으로 만들면서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본지가 불교관련 사이트 200여 곳을 파악한 결과, 이러한 현상은 30곳(15%) 사이트에서 확인됐다. 유형별로는 오류 5곳, 편향 6곳, 비방 3곳 등이며, 왜곡 사례는 16곳으로 파악됐다.
특히 무속·점 문화를 조장하는 왜곡된 정보들의 경우, 일반인은 물론 초보불자들에게 불교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까지 불러 일으켜 신행활동에 부작용을 빚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卍’자, ‘보살’ 등의 불교용어 악용이다. ㅊ사이트의 경우, ‘卍’자를 홈페이지 상단에 개시하면서 무속행위가 불교인 것처럼 악용하고 있다. 또 ‘보살’이란 불교의 고유단어도 아예 무속용어로 변용하면서 ‘불교=무속’이란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하고 있다.
불교교리를 자의적 해석한 타종교 단체의 홍보자료에서도 확인된다. ‘ㅈ, ㄷ’종교의 경우, 미륵불 사상을 해석하는데, 현존하는 교조를 미륵불로 보고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교주)○○○은 절대신으로 있다가 천계의 신성불보살들이 하소연함으로써 이 세상에 내려왔다. 전라도 모악산 금산사 미륵금상에 임하여 30년을 보내고 스스로 강림했다…(생략)”며 불교의 미륵사상을 왜곡했다.
심지어 불교에 대해 반감을 일으키는 정보들도 인터넷상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티불교’의 경우, 스님들의 폭력·성폭행·강간사건, 종교분쟁 조장 등을 기사나 실화형식으로 소개하는 한편, ‘백일기도 출산은 70%가 승려와의 불륜에서’라는 비방의 글까지 사이트에 게재돼 있다.
인터넷 부처님터 천불동(BuddhaSite.net) 회장 박수호 씨는 “불교관련 정보 왜곡 등의 현상이 영어권 불교 사이트에까지 번역돼 재생산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렇다할 대책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옥석을 가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종단 및 사찰 등의 기관들이 이를 검증할 전담기구 설치의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식은 기본적인 현황조사의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인터넷상에서 불교관련 ‘오류, 편향, 비방, 왜곡’ 사례를 파악한 자료집은 전무하다. ‘왜’는 둘째 치고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고 있는 셈이다.
또 그나마 조계종에 있던 종교편향위원회도 종무행정 공식기구에서 없어졌다. 올 2월에 조계종 중앙신도회로 소관 업무가 이관되면서 업무공백까지 빚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본적인 사례접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도교육을 맡고 있는 포교원 신도국도 손놓고 있기는 마찬가지. 인터넷 공간의 속성은 네티즌의 자율성과 정보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제시하는 대안은 ‘전담 기구’ 설치다. 이 기구를 통해 우선, 잘못된 불교관련 정보를 ‘오류·편향·왜곡’ 등으로 유형별로 묶어 사례집을 발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또 범종단 차원의 ‘인터넷 불교정보 검증위원회’를 조속히 꾸려, 잘못된 불교정보의 공유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단과 신도단체간 역할 분담도 요구된다. 종단은 자문, 지원 등을, 신도단체들은 지속적인 모니터링 활동, 사례 접수 등을 나눠 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인터넷 포교사로서 활동할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