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한가위를 지나 곡식을 익히는 따뜻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10월 1일, 남원 실상사에서 도법 스님을 만났다. 지난 7개월간의 생명평화탁발순례를 잠시 접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스님은 최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아름다운인연)를 펴내고, 경제적ㆍ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한국불교와 승단이 어떤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진리의 실천이란 언제나 지금 바로 볼 수 있고 실현되고 증명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출가는 우리를 미혹케 하는 그 어떤 허상도 타파하려는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기중심의 이기성에 의한 육체적 관습적 허상을 타파하기 위한 출가 정신의 실천이 생활화될 때 비로소 참된 출가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회향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1천일기도’와 곧이어 시작한 생명평화탁발순례 역시 스님에게는 ‘불교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구체적인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수경 스님과 함께 전국을 걸으며 대중들을 만나 생명과 평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번 순례는 ‘전 존재를 바쳐 오늘 우리를 둘러싼 문제의 실상을 파악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한 일이다. “일생을 탁발수행승으로 일관한 사람이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고, 출가수행자들의 삶 역시 늘 길 위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스스로 평화의 존재가 되어 우리 모두의 삶터를 평화롭게 가꾸기 위해 시작된 두 스님의 탁발 순례는 하루 평균 12㎞, 3년간 1만2000㎞를 걸으며 전국 일원에서 진행된다.
![]() | ![]() | ||
| |||
![]() | ![]() |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에 대해 스님은 “한국불교와 승단에 던지는 절절한 신앙고백이자 숨 막히는 답답함을 어찌하지 못해 토해낸 하소연”이라고 말한다. 10여년에 걸친 집필 끝에 선보인 이 책에서 스님은 부처님의 탄생에서 입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좇으며 한국불교의 현실과 교차시켜 되짚어 본다.
“불교를 바르게 알고 바람직하게 수행하는 길은 부처님을 온전히 아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불교역사의 뿌리인 부처님을 인간ㆍ역사ㆍ종교적 측면으로 종합하여 온전하게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은 채 불교를 제대로 알고 수행도 순탄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각 장에서는 부처님의 탄생과 발심, 출가, 수행, 깨달음, 전법을 공부하는 우리의 입장과 그것이 뜻하는 바를 짚어 보고, ‘반성되어야 할 우리의 문제’를 통해 ‘지금/여기’의 우리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무조건 출가수행과 깨달음만을 본받으려 했던 기존의 믿음과 접근 방법을 철저히 반성하고, 싯다르타의 발심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출가의 출발이자 수행의 전부라고 지적한다. ‘깨달음’에 대한 오해도 비판을 비켜갈 수 없다.
“청정 지혜 자비로 충만하다면 굳이 깨달음 여부에 매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스님의 주장이다.
![]() | ![]() | ||
| |||
![]() | ![]() |
이제 스님은 10월 4일 밀양을 출발해 거제, 마산, 창원, 진해 등을 걷게 될 생명평화탁발순례를 다시 시작한다. 15~17일에는 실상사 일대에서 순례에 참가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2004 생명평화대회-참회와 성찰의 길’도 마련되어 있다.
“희망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며 “만나고 이야기한 만큼 생명평화의 씨앗이 뿌려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스님은 그렇게 전국토를 걸어갈 것이다. www.lifepeac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