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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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 문체로 승단에 던지는 고백과 하소연
도법 스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펴내
“불교 한 번 잘 해보자, 중 노릇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동안 여러 대중결사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불교는 모순과 세속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요. 천년 전 수행자들처럼 온몸으로 물음을 던지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가위를 지나 곡식을 익히는 따뜻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10월 1일, 남원 실상사에서 도법 스님을 만났다. 지난 7개월간의 생명평화탁발순례를 잠시 접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스님은 최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아름다운인연)를 펴내고, 경제적ㆍ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한국불교와 승단이 어떤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진리의 실천이란 언제나 지금 바로 볼 수 있고 실현되고 증명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출가는 우리를 미혹케 하는 그 어떤 허상도 타파하려는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기중심의 이기성에 의한 육체적 관습적 허상을 타파하기 위한 출가 정신의 실천이 생활화될 때 비로소 참된 출가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회향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1천일기도’와 곧이어 시작한 생명평화탁발순례 역시 스님에게는 ‘불교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구체적인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수경 스님과 함께 전국을 걸으며 대중들을 만나 생명과 평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번 순례는 ‘전 존재를 바쳐 오늘 우리를 둘러싼 문제의 실상을 파악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한 일이다. “일생을 탁발수행승으로 일관한 사람이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고, 출가수행자들의 삶 역시 늘 길 위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스스로 평화의 존재가 되어 우리 모두의 삶터를 평화롭게 가꾸기 위해 시작된 두 스님의 탁발 순례는 하루 평균 12㎞, 3년간 1만2000㎞를 걸으며 전국 일원에서 진행된다.

스님은 “마음속에 간직된 생명과 평화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내 생활 속에서 녹여내도록 하는 것이 탁발 순례의 목표”라며 “생명 평화의 논리로 너와 나, 남녀, 진보와 보수, 남과 북, 인간과 자연의 갈등을 풀어내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에 대해 스님은 “한국불교와 승단에 던지는 절절한 신앙고백이자 숨 막히는 답답함을 어찌하지 못해 토해낸 하소연”이라고 말한다. 10여년에 걸친 집필 끝에 선보인 이 책에서 스님은 부처님의 탄생에서 입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좇으며 한국불교의 현실과 교차시켜 되짚어 본다.

“불교를 바르게 알고 바람직하게 수행하는 길은 부처님을 온전히 아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불교역사의 뿌리인 부처님을 인간ㆍ역사ㆍ종교적 측면으로 종합하여 온전하게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은 채 불교를 제대로 알고 수행도 순탄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각 장에서는 부처님의 탄생과 발심, 출가, 수행, 깨달음, 전법을 공부하는 우리의 입장과 그것이 뜻하는 바를 짚어 보고, ‘반성되어야 할 우리의 문제’를 통해 ‘지금/여기’의 우리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무조건 출가수행과 깨달음만을 본받으려 했던 기존의 믿음과 접근 방법을 철저히 반성하고, 싯다르타의 발심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출가의 출발이자 수행의 전부라고 지적한다. ‘깨달음’에 대한 오해도 비판을 비켜갈 수 없다.
“청정 지혜 자비로 충만하다면 굳이 깨달음 여부에 매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스님의 주장이다.

과장되지 않은 어휘와 스님 특유의 직설적인 문체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모순과 혼란, 관념으로 점철된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속 시원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제 스님은 10월 4일 밀양을 출발해 거제, 마산, 창원, 진해 등을 걷게 될 생명평화탁발순례를 다시 시작한다. 15~17일에는 실상사 일대에서 순례에 참가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2004 생명평화대회-참회와 성찰의 길’도 마련되어 있다.

“희망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며 “만나고 이야기한 만큼 생명평화의 씨앗이 뿌려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스님은 그렇게 전국토를 걸어갈 것이다. www.lifepeace.org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10-01 오후 3:46:00
 
한마디
한 수행자가 메아리침은 큰 열정이 없이는 어려운데 열정한번 대단하시오. 걱정의 메아리 종단에 울려퍼지나 대답하는 이 있을까 ! 망설여지네. 사문은 소리치기 보다도 각 사문마다 갖추고 있는 지혜의 빛이 나와 그 삶이 정화되었을 때 메아리 없는 메아리로 어리석어 방황하는 승단에 몸담고 있는 이들을 교화되지 않을까요. 사람 생각이야 올고그름을 주장하기는 쉽지만 그 생각을 쉬어서 남에게 감화줄 수 있는 일을 한 사문의 내면에 지혜와 자비가 절대적이라고 봅니다. 지혜가 갖추어진 언설은 부처의 그것과 다르지 않해 일반 중인도 알아채서 눈을 안으로 보게 되는 인연을 만드는데 그렇지 않으면 목소리는 커서 하늘에 퍼지나 날아가 버리게 되면 힘만 빠지고 남는 것은 없어도 이익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불법을 공부해놓으면 사고하는 힘이 생기고 이치가 들어나 그것을 사회에 펴보고자 하나 근본적인 지혜와 정진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항상 물과 기름이 따로 놀듯이 번거로움만 늘어난 듯 하더군요. 그러나 도법스님께서는 참신한 사고로 여러가지 일을 앞장서서 하시는 일은 장하다 하겠습니다. 여기에 더 의식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보다도 지혜운동을 근간이 되는 정진력을 철저히 익혀주심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세상은 언제든지 모순으로 대립되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그치는데는 사람사람이 근본이 끊어진 힘을 얻어 모순을 만날 때 그 모순은 질서를 갖게 되고 경건해지게 됩니다. 실상사의 앞뜰에 푸른 나무들이 도법스님의 정진에 큰 병풍이 되어 항상 안온함 속에 푸른 눈 하나가 부처님과 같이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2004-10-03 오후 9: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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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 좋은일을 하긴 하는데, 따로들 노시더군요. 좀 같이 옳은일 을 하려 해도 배타적이구요. 하긴 요즘 민주적단체들이 다 그런 이유가 수구꼴통들 때문이겠지만... 안타깝더군요.
(2004-10-02 오후 5:15:31)
16
도법 스님이 발간했다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를 보자니, 휴암 스님이 썼던 <장군죽비-누가 부처를 죽이는가>상하권이 불현듯 스쳐지나는군요. 지난해 실상사에서 봤을 때, 스님의 어법과 어휘는 그대로 휴암 스님의 것들처럼 느꼈었는데... 과연, 이번 책 내용이 스님의 말들일지 의구심이 듭니다.
(2004-10-02 오전 10: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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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노력은 대단하신데 안타깝네요. 헛 수고에 지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군요. 전국을 순례하지 말고 차라리 서울에 올라와 조계종 총무원을 정화하세요. 한국불교 세속화의 진원지이니까요. 지금 보세요. 얼마나 스님들이 세속적인 권력욕에 불타오르로 있는지 아시잖아요. 또 언제 94호, 98호 같은 폭탄이 터질지 몰라요.보다 구체적으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스님의 염원은 단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아요.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결사를 단행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한국불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머지않아 기독교 국가 될 날이 올지 몰라요. 스님에게 기대를 모읍니다. 거룩한 결사를 하십시요. 그래도 다행히 세속적인 물욕에 오염이 안된스님같은 분이 계신다니 한국불교에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건강조심하세요.
(2004-10-02 오전 8: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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