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총재 운덕)가 개성 영통사 복원을 위한 기와 등 건축자재 지원을 시작한지 1년을 맞았다. 이 기간동안 총 12차례에 걸쳐 기와, 단청재료, 건설장비 등이 북측에 전달돼 남북불교 교류사상 사안별 교류로는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영통사 지원 1년을 돌아보았다.
지난해 10월 첫 기와 지원이 시작된 이후 천태종은 영통사 복원을 위해 기와 46만장을 비롯해 단청재료 26톤, 건설장비 등 18톤 트럭 160대 분량의 물량을 대거 투입했다. 이번 달에도 두차례에 걸쳐 북측에 건설장비를 비롯해 건축마감재를 전달할 계획이다. 그동안 들어간 비용은 당초 예상했던 10억원의 2.5배인 25억원에 달했고, 천태종 스님 57명을 비롯해 연인원 400여명이 북한을 다녀왔다.
영통사 복원불사는 1998년 발굴작업에 이어 2000년부터 시작됐다. 총 29개동의 전각 복원과 진입로 개설공사가 진행된 대형불사로 꼽힌다. 그동안 대북 불교교류에 소극적이던 천태종이 영통사 복원불사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천태종조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출가사찰이라는 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천태종의 영통사 복원 지원은 물량적인 교류 외에도 남북불교간 교류채널을 다양화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조선불교도연맹으로 한정되어 있던 기존 교류채널이 북측 대외창구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조선경제협력위원회로 확대됐다. 형식적으로는 영통사복원위원회가 전면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교류는 조선경제협력위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천태종이 지난해 12월 통일부로부터 통일협력사업 및 사업자로 승인 받아 자체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도 남북불교 교류를 활성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남북관계 경색으로 일시중단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천태종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북측의 신뢰를 얻어내 교류를 재개시켰다. 이로 인해 남북불교교류의 무게중심이 조계종에서 천태종으로 바뀐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천태종의 대북교류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측이 지원은 계속 받으면서도 지난 8월 계획됐던 국제학술대회를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한데 이어 올 11월 목표로 했던 낙성시기를 진입로 공사를 이유로 내년으로 연기하는 등 천태종의 요구에 대해서는 차일피일 미루는 태도를 보이는 듯한 행보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천태종으로서는 대북교류 자체에 대한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천태종이 대북교류에 뛰어들면서 남측 불교계간 지나친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천태종의 영통사 복원 참여는 조계종이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를 서두르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 일각에서는 종단간 소모적인 경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천태종은 ‘지원만 하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남북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교류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남측 불자들의 개성 영통사 성지순례나 개성지역 관광, 인근 유적지 공동발굴 등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교류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 교류의 명분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측 불교계의 대북교류 협력과 원활한 정보교류도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무원 스님(천태종 사회부장)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상호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데 북측도 공감하는 만큼 일회성 교류로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서두르지 않으면서 남북불교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