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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김희진 선생이 42년 동안 전통 매듭을 재현하고 그 현대적 아름다움을 살리는데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과 직접 모은 유물 및 자료 430점의 기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김씨의 창작품 ‘영원에서 영원으로’ 와 초대형 창작품 ‘시너지’ 는 3차원 공간에서 표현되는 매듭 자체의 입체적 예술성을 시도한 것으로 전통 매듭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과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중 눈길을 끄는 것은 복숭아, 호리병, 여우 보주가 어울려 무려 94개나 매듭장식줄(수식)이 달린 불교 법회용 가마의 시연의식구 장식(보문사 소장). 이것은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그 풍요로운 색채 감각과 멋스러움에 보는 순간 저절로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든다.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이은이 소장했던 복주머니 매듭유품, 번(깃발)에 내걸린 법륜 모양 의 유소(流蘇, 상여용 매듭), 교황이 방한 당시 입었다는 김씨의 전통매듭 달린 제의 등도 전시장의 기품을 더해준다.
임금 상여에 걸었다는 대형매듭장식(대봉유소)을 비롯해 궁중악기, 향낭 등의 각종 주머니, 안경집, 노리개, 부채, 등불, 심지어 절 법회의 번에까지 내걸린 다양한 매듭들은 조상들이 얼마나 폭넓게 매듭의 미감을 탐구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나면 휴대폰 끈장식 정도로 매듭을 생각하는 요즘 우리네 미감의 부박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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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전시는 ‘의장과 권위’, ‘음악이 흐르는 풍경’, ‘염원과 종교’, ‘생활의 품격’, ‘선비의 멋과 풍류’, ‘여인의 꿈’, ‘매듭장 김희진의 예술’ 등 총 7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02)2077-9149.
▲김희진 선생은 누구?
삼국시대에서부터 손끝에서 손끝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전통 매듭을 이론적으로 체계화시켰다. 국화매듭ㆍ잠자리매듭ㆍ거북매듭ㆍ석씨매듭 등 38가지 우리 고유의 전통 매듭 문양을 복원해 냈고, 끈을 짜는 기법도 네가닥, 여덟가닥으로 하는 4사ㆍ8사의 범위를 뛰어넘어 12사ㆍ24사ㆍ36사까지 개발, 다양한 질감의 매듭을 창출해 냈다. 끈 짜기를 뜻하는 ‘다회(多繪)’와 상여용 매듭을 일컫는 ‘유소(流蘇)’는 그가 악학궤범에서 발견해 정착시킨 매듭 용어들. 1976년 무형문화재가 된 뒤 ‘한국매듭연구회’를 조직한 그는 매듭을 한낱 노리개로만 여기는 편견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불교매듭의 의미는?
부처님의 무한한 공덕을 화려한 조형물로 형상화한 불교미술품에는 한결같이 인간의 간절한 염원과 소망이 담겨 있다. 부처와 보살의 공덕을 장엄하고 불교에 귀의하도록 인도하는 번의 유소, 영가를 모실 가마를 장식한 연수식 등의 불교 의식구와 복장 유물에 장식된 매듭은 미적 감각이 충만된 장엄 요소이다.
▲불교매듭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불자(拂子)=원래 인도에서부터 먼지나 모기, 파리 등을 쫓는데 사용했던 생활용구였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를 사용하여 마음에 쌓인 더럽고 나쁜 것을 털어내고 깨달음의 길로 더욱 정진하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쓰였다. 먼지를 털어내는 총채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흰색 말총이나 삼 등을 보기좋게 잘 다듬은 후, 오죽(烏竹)이나 막대기 끝에 풍성하게 달고 유소로 장식했다.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서산대사 초상’에서 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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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수식=자수 장식의 형태들은 주로 무병장수와 부처님께 공양해 높은 공덕을 쌓고자 했던 조선 여인들의 간절한 마음이 들어 있다. 만(卍)자를 새겨넣은 호리병 모양의 주머니에 황색, 적색, 청색, 녹색, 백색 계열의 동다회 끈으로 매듭을 맺고 끈술을 길게 드리웠다.
△번(幡)=부처와 보살의 공덕을 장엄하고 공양하기 위해 사용하는 깃발인 번은 불교 교단의 표장(標章)이었으나, 후에 법회나 설법 때 불전 기둥이나 당간에 매달아 거는 장엄구로 사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49재때 주로 사요하는 ‘인로왕번’이 있는데 법륜 모양으로 맺은 매듭과 장구 매듭 등이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