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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명상사이트 '명상나라' 손민규 대표
국내 최대 규모의 명상 사이트 ‘명상나라(www.zen.co.kr)’의 주인장 손민규 씨. 명상붐이 구체화되기 전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명상의 대중화를 이끌어 온 손 씨는 우리나라 명상계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오쇼 라즈니쉬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인도의 명상마을 ‘뿌나’와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명상법을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오쇼의 저서 50여 권을 비롯해 달라이라마의 법문집 등 불교 관련 저서를 다수 번역하며 자신의 체험을 대중에게로 회향해왔다. 그런 그가 명상나라 5주년을 맞아 ‘지금-여기’의 명상문화를 진단하고 그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 20여 년간 명상계에 몸담아 왔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봤을 때 피부로 느끼는 명상계 현실은 어떤가?
인도의 뿌나만 살펴보더라도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명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구도의 마을을 찾는 이들의 각오도 대단했다. “깨닫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국행을 다짐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순수함이 변질된 듯하다. 라즈니쉬 명상서적의 가격은 무려 6배나 올랐고 허황된 명상의 기술을 전파하는 제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같은 ‘명상의 기술’은 상업화의 옷을 입고 ‘상품’으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 국내 명상계 현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명상센터’는 범람하고 있지만 소위 ‘사이비’라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적지 않은가?
지역의 한 요가원을 찾아서 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호흡을 눈알이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참으라”고 하더라. 상기병이나 내장기관 이상이 감지되는데도 깨달음의 과정 중에 찾아오는 ‘명현반응’이니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요가 체위 가운데 ‘물구나무서기’ 자세가 으뜸이라고 해서 요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강요하기도 했다. 명상원도 마찬가지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기 쉬운 강도 높은 동적명상 ‘다이나믹 명상’을 사전상담 없이 무작정 가르치고 있다.

국내 명상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모 센터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했던 도반들이 하루아침에 유능한 명상가로 둔갑해 명상 강사가 되어 있었다. 객관적으로 그들이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그네들은 그렇게 강의를 하다 언론에 보도되거나 하는 날에는 어느덧 벼슬아치가 돼 버린다. 그러다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무리들이 생기면 스스로 깨달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고, 심지어는 자신은 무엇을 해도 걸림이 없으며 인간 세상의 도덕률을 초월했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내 주위, 그리고 국내 명상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 명상ㆍ요가 지도자들의 자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지도자의 자질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언론매체에 소개됐다 하더라도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명상문화가 확산되고 명상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나 대학 차원에서 명상지도자 정규코스를 고안해 객관화된 커리큘럼을 이수한 자에 한해 명상지도자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 명상지도자에게도 그 같은 정규과정이 필요한가? 깨달음과 자기각성을 논하는 명상계에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물론 ‘학습의 정도’와 소위 ‘근기’의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명상을 접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이 쿤달리니가 터졌다느니 신비의 체험을 했다느니 하며 대중들을 호도하는 데에 있다. 오쇼 라즈니쉬는 21살에 깨달았지만 20년간 깨달음을 발설하지 않았다. 20년 간 인도 전역을 누비며 수백 만 명을 만나고 다녔고 인간과 세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부했다. 마음의 문제는 아무나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적인 깨달음이 옹골차게 영글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 그렇다면 오쇼 라즈니쉬의 가르침은 합당했나? 그의 명상법을 문제 삼는 이들도 많은데.
라즈니쉬는 실제로 현대인에게 적합한 명상법들을 고안했지만, 결과적으로 명상의 본질보다는 명상에 이르는 통로에 집착하도록 내버려 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실제로 그의 사후에 많은 제자들이 다양한 ‘테라피(therapy)’들로 장난을 쳤다. 그것들은 순간에는 ‘효험’이 있을지라도 지속적인 평안을 약속할 수 없는 진통제이자 보약일 뿐이다. 나쁘게 말한다면 아이들에게 주는 막대사탕일 뿐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명상의 결과물’에만 관심을 갖는 현 시대의 명상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 명상의 유행은 시대적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자’ 명상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명상의 결과물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다면, 우리는 명상의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명상을 삶의 공허를 메꾸는 ‘악세사리’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가질 것은 그대로 다 가지면서 ‘우아하고 고상한’ 명상을 추가적으로 소유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실제로 명상에 매진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말자. 명상에 지나치게 고귀한 옷을 입히지도 말자.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명상문화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점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어떤 ‘기법’을 통해 ‘생각을 죽이려고 하거나’ ‘평안을 유도하려고’ 아등바등하지 말자. 그저 자기 삶을 진실하게 살아가면 된다. 그런 것은 그런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긍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4-09-24 오전 9:49:00
 
한마디
강신재 기자님 기자커뮤니티가 왜 없어졌어요. 넘 서운해요.
(2004-09-25 오후 4:07:20)
29
그래도 잃은 것 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 영적인 스승의 부재로 많은 혼란이 야기되긴해도 성장하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아무튼 다양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2004-09-25 오후 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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