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나 공기처럼 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일컫는 유비쿼터스가 21세기 IT 산업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불교계 인터넷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기만 하다. 정부는 내년까지 ‘e코리아’를 ‘u코리아’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지만, 홈페이지조차 없는 사찰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조계종 24교구본사 중 홈페이지가 없는 곳은 속초 신흥사 한 곳 뿐이다. 신흥사 측은 “인터넷 전용선이 들어오지 않아 위성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교구본사 중 공주 마곡사, 의성 고운사는 종단 홈페이지(www.budd
hism.or.kr) 사찰검색란에 연결조차 돼 있지 않은 상태고, 김제 금산사는 잘못된 주소로 연결돼 있다.
또 24개 교구본사 가운데 4곳 중 한곳은 사찰 홈페이지에 종단 홈페이지를 연결시키지 않았으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상담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놓지 않은 곳도 7곳이나 된다.
특히 어떤 교구본사는 낯 뜨거운 성인광고물을 한달 넘게 게시판에 방치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 사찰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람료·직영·특별분담금 사찰들의 인터넷 환경은 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52개 중 홈페이지가 있는 곳은 20곳뿐이다. 사찰별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약 62%가 ‘사이버 무적자(無籍者)’ 신세인 셈이다.
이른바 서울 3사 중 한 곳인 강남 봉은사와 기도도량으로 많은 불자들이 찾는 남해 보리암, 은행나무로 유명한 양평 용문사, 서울 시민들의 정신적 쉼터인 과천 연주암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 봉은사 측은 “좀 더 잘하려는 욕심 때문에 홈페이지 개설이 늦어졌다”며 “올해 내에는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람료·직영·특별분담금 사찰 중 종단 홈페이지 사찰검색에 연결된 사찰은 10곳뿐이며, 사찰 홈페이지에 종단 홈페이지를 연결한 곳은 9곳이다. 상담코너를 별도로 마련한 곳은 4곳.
2002년 문화관광부 후원 KT협찬으로 본지 등이 실시한 불교 정보화 실태조사에서 사찰 컴퓨터 보급률이 41.7%, 사찰 홈페이지 운영 비율이 13.3%로 대단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2004년 9월 현재 국내 인터넷 환경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사찰 인터넷 환경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가 있는 사찰이라고 하더라도 홈페이지 초기화면을 단순하면서도 정적으로 만들어 시각적 효과와 변화에 민감한 네티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교구본사 가운데 경주 불국사는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와 일어로 사찰 관련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플래시와 동영상 서비스 등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조계사, 평창 월정사, 양산 통도사도 홈페이지를 매일매일 업데이트해 네티즌들에게 신선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양산 통도사 홈페이지에서는 반야심경이나 천수경 독경소리도 들을 수 있으며, 사이버 연등도 달 수 있다.
강화 전등사와 청도 운문사 등은 영어와 일어로도 사찰을 소개하고 있으며, 갓바위 선본사와 공주 동학사, 안동 봉정사 등은 각종 불교관련 자료들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
중앙승가대학교 김응철 교수는 “모든 문제는 불교정보인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종단 차원이나 불교정보화협의회 등 단일한 조직 차원에서 정보포교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총무원 박맹수 전산과장도 “많은 사찰들이 산속에 위치해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점도 있지만 주지스님 등 사찰 소임자 스님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교구본사 차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