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수행의 핵심을 담고 있는 <서장>이 고우 스님(봉화 각화사 선원장)과 전재강 교수(동양대 문화재발굴보존학과)의 노력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장>은 조계종 전통강원의 기본교재로, 출가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로도 불리는 이 책은 중국 남ㆍ북송 때의 임제종 선사 대혜(大慧: 1089~1163) 스님이 거사와 유학자들의 질문에 답하여 선의 요지를 설명한 편지글을 모은 것이다. 수록된 65편의 서신 가운데 스님 2명과 여성 1명의 편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당대의 지배계층이었던 사대부들과 주고받은 편지다. 이 편지에서 대혜 스님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에게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조사선의 핵심을 알리고 있다. 또한 스님은 <서장>에서 ‘깨달음은 무엇이며 어떻게 체험되는지’를 여러 장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화두를 공부하는 자세에 대한 대혜 스님의 조언은, 이 책을 화두 공부 지침서로 쓰기에도 손색이 없게 만든다.
“첫째 화두를 드는 자리에서 알아채려고 하지 말며, 또 알음알이로 헤아리지 마십시오. 다만 유의하여 헤아릴 수 없는 곳에 나아가서 의심하면, 문득 넘어지고 끊어지는 곳을 만나는 것과 같아질 것입니다.”
고우 스님이 감수하고 전재강 교수가 역주한 <서장>은 이러한 장점에 더해 몇 가지 특색을 갖는다. 우선 이 책은 2001년 3월 2일부터 8월 17일까지 각화사 서암(西巖)에서 진행됐던 고우 스님의 강의에 기초하고 있다. 전 교수는 대혜 스님이 주장하는 ‘철저한 확철대오(廓徹大悟)’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전달되게 번역했다. 또한 대혜 스님이 일생동안 비판했던 ‘깨달음을 부정하고 마음의 안정만 중시하는’ 묵조선 사사배(私事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선 공부의 정사(正邪)를 보는 안목을 기르는 동시에 간화선과의 비교가 가능하도록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각 편지 뒤에는 ‘요지(要旨)’를 덧붙여 구체적인 내용을 해설해 두었다.
고우 스님은 추천사에서 “전 교수가 풀이한 <서장>은 현대 문체를 구사하면서도 원작의 고전적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어 전통 조사선을 공부하려는 연구자나 일반인에게 소중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장
대혜종고 지음
전재강 옮김
운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