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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일단의 전라도 ‘스님네’들이 부스로 몰려들었다. 얼굴을 붉히며 버럭버럭 소리를 친다. 신청 부스 일대는 순식간에 야단법석이 일었다.
“아～따. 고럼 어떻게 하랑께? 와 내 피는 안 받는디? 나이 묵은 피라고 받지 않나보제? 그럴순 없당께.”
스님네들은 신청 부스 관계자들을 붙잡고 사정을 한다. 몇몇 스님들은 다짜꼬짜 채혈 간호사에게 굵은 팔등부터 내어보인다.
“스님. 마흔 살이 넘으셔서 안돼요. 채혈 나이 기준 규정에 나와 있잖아요. 여기 보세요. ‘40세 이상, 미만만 가능’ 억지 쓰시지 말고 수업 들어가세요.”
“고럼, 대신 헌혈이라도 할께. 헌혈에는 나이 제한 없제. 스님들 피는 맑고 순수해서 기냥 먹어도 된당께. 헌혈차는 와 없노?”
좀체 실랑이가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그 때, 장삼 자락을 휘날리며 홀연히 등장한 스님 한 분이 계셨으니～.
“3학년 스님들은 빠지소. 나, 대학원 불교학 석사4학기 법운이오, 내가 부처님 앞에 맹세하오. 이 분들 나이는 20살도 안 됐소. 출가한 지 스무 해도 되지 않았다는 말이오, 나이가 뭐가 중요해. 일단 채혈이라도 해주소. 관세음보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스님까지 나선 차에 본부도 규정만을 고집할 순 없었다. 나중에 보건복지부에 따로 신청하는 조건으로 채혈을 허락했다. “왜 골수기증에 나이 제한을 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어진 본부 측 답변. “골수등록자의 대기 연수를 확보하기 위해서여요. 되도록 젊은 사람들에게 등록을 받아놔야 대기 연수가 길어지잖아요. 또 타인간 유전자형 일치 확률도 높아지고. 사실 따지고 보면, 나이 제한을 둘 필요가 없는데, 나이 들어도 골수기증은 할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저희도 이럴 때마다 난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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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승가대 학인 스님들이 골수기증 희망자 등록 캠페인에 나서기로 한 것은 올 6월초. 생명나눔실천본부 측이 이 대학 총학생회에 행사 참여를 부탁하면서다. 총학생회장 해광 스님(불교학과 3학년)은 “생명나눔이 진정한 보살도의 실천”이라고 강조했고, 260여 학인 스님들도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었다.
“채혈을 하고 나니 즐거워. 아니 환희심이 난당께. 나로 인해 한 사람이 살 수 있게 될 수 있다고 하니 기쁠 따름이여. 앞으로 우리 스님네들이 앞장서서 이렇게 귀중한 운동을 널리 알려야 겠어당께.”(진일 스님, 불교학과 3학년)
골수기증 희망자 등록은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신청자는 총 52명. 대부분의 학인 스님들이 나이 제한에 걸려 되돌아갔기 때문에 등록자는 생각보다 적었다. 물론 불교학과 교수인 본각 스님도 나섰지만, 나이 때문에 골수기증등록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채혈을 위한 봉사자로 나선 복진아 간호사(34ㆍ여의도성모병원)는 “채혈할 때 일반인들은 겁부터 내요, 그런데 스님들은 미소부터 짓더라고요. 자비심이 충만하다보니 그런가 봐요.”
7시간 동안의 골수기증 희망자 등록 캠페인. 동참한 학인 스님들은 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골수기증, 다음은 없습니다. 지금입니다.’
한편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오는 10월 3일 오후 1시 예산 수덕사에서 시신기증자를 위한 천도재를 봉행한다. 이날 천도재에서는 본부 이사장 법장, 수덕사 주지 법정 스님을 비롯해 시신기증자 가족 등 2백여 명이 참석한다. (02)734-8050
◆골수기증등록, 이렇게 하세요
■골수기증희망자 등록이란?
골수기증희망자 등록은 3cc 정도의 채혈만으로 가능합니다. 기증희망자에게서 채혈한 혈액으로 조직형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등록해 두는 것입니다.
■골수기증희망자 등록을 하려면?
단체 신청 시에는 10명이상의 기증희망자가 모이는 날짜와 장소 등을 연락해 주시면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직접 채혈해주고, 개별적으로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연락하면 채혈 가능한 날짜와 장소를 알려드립니다.
■기증 대상
18～40세 미만의 건강한 남녀면 누구나 가능
■골수기증 절차
국립장기이식센터에 유전자형이 입력되면 기증자는 수혜자와 조직적합여부를 결정, 건강검진을 거쳐 골수이식 수술을 하게 됩니다.
■부담금
없음(검사비는 정부에서 부담, 수술시 비용은 수혜자 부담)
한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