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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중앙종회의장에 뜻을 뒀나?
벽안 스님이 중앙종회의장을 역임할 때 종회 사무국장 소임을 맡았다. 당시 총무원장 스님이 주지 발령을 내면 여기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교대로 총무원에 올라오는 것을 봤다. 그때부터 주지가 좋지 않은 소임이라고 생각하면서 중앙종회의장이 되겠다는 뜻을 품었다.
△중앙종회를 어떻게 운영했나?
청담 스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고승이었지만 총무원장 재임 시 재산처분 문제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 때문에 벽안 스님도 청담 스님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중앙종회의장으로서 의사진행은 항상 총무원 집행부 일을 돕는 쪽으로 했다. 벽안 스님 이후 중앙종회의장들이 총무원장과 갈등을 빚은 것은 자신이 총무원장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총무원 집행부 일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의사진행을 했기 때문에 즐겁게 일했다. 또 그렇게 한 부분에 대해 부끄럽지 않다.
△운영하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은?
젊은 의원스님들이 각 분과 활동을 열심히 해 이를 지원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 회의 때 발언기회를 골고루 배분하는데 신경을 썼다.
△아쉬웠던 부분은?
이전보다 종단 예산이 많이 나아졌지만 사회나 종도들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예산은 아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역동적으로 일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건국 이후 조계종이 다른 종교에 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왔다고 생각한다.
△중앙종회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은?
국회나 종회, 우리 국민들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안마다 감정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대화중심으로 운영돼야 할 종회가 대화부족으로 갈등을 겪었던 것들이 개선돼야 할 점이다.
△의장 재임 시 멸빈자 사면 등을 처리하지 못했는데?
종단화합 차원에서 멸빈자 문제 처리를 위해 앞장서다 중앙종회의장으로서의 권위를 손상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한다. 그러나 종단화합에 무게중심을 둬야 종단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면을 반대하는 측과 사면에 동의하는 측 모두 일리 있다. 그러나 개혁이나 질서 유지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조직발전이 어렵다. 개인 경험에 비춰볼 때도 법논리에 밝은 것보다 상황논리에 밝은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종회의장 재임 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소문 때문에 더 이상 멸빈자 사면 문제를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설득에 나섰지만 사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멸빈자 사면을 위한 종헌개정이 1표 차로 부결되고 난 후 골이 더 깊게 파였다. 이후 쓴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前 총무원장인 월주 스님에게도 종헌 개정을 위해 하소연할 정도였지만 승적을 고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총무원장 스님에게도 승적정리로 멸빈자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나도 난관에 봉착했다.
△1인 1표제에 대한 생각은?
절집에는 평등공양, 등차보시라는 원칙이 있다. 前 종정 혜암 스님이 원로의원으로 계실 때 1인 1표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다. 즉 법랍이 낮거나 높거나 모두 한 표라는 것이다. 이런 불만에 대해 당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제 이해는 하지만 지금 사회의식구조상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앙종회의원 면책특권이나 교구별 중앙종회의원 숫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구별 중앙종회의원 숫자와 관련)현 제도가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아니더라도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중앙종회의원을 배정한 것은 조계사나 해인사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것을 고치려 해서도 안 되고 불가능할 것이다.
(중앙종회의원 면책특권과 관련)면책특권은 없어져야 한다. 입법 자체가 잘못됐다. 입법할 당시에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때에는 강한 총무원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보호차원에서 입법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리에는 맞지 않다.
△중앙종회 내 종책모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현상이다.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면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이전에 비해 종회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나?
종법도 많이 보완됐지만 특히 12ㆍ3대에 들어와서 폭력적 언행이 많이 줄었다. 7ㆍ9대만 하더라도 폭력으로 뭉쳐진 사조직 형태의 계파가 있어 모든 문제에 대해 압력을 가해왔다.
△역대 중앙종회의장 중 가장 일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분은?
벽안 스님이다. 반대하는 측에게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등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했다.
△비구니 스님들의 중앙종회의원 증원에 대해서는?
직능별로 한두 명 증가한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총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비구니부 신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종단 내에 비구니부를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비구니부를 신설하면 비구 스님들의 반발과 부서에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에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한번은 국가의 부름으로 사병으로 군대에 복무했고, 또 한번은 종단의 부름으로 군종장교로 군복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을 군법사로 파견하는 것에 대해서는?
군 포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종교 특히 천주교에서 반대가 심할 것이다. 즉 신분차별 문제로 수녀들을 군 장교에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국방부에서 비구니 스님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군승교구특별법 중 결혼을 허용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결혼을 허용한다는 단서조항을 둬야 한다. 그래야 장기복무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40여 년간 종단일을 해 왔지만 금년 가을부터 선방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선방에서 참구하는 것만 수행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일 자체가 수행이다.
한편 13대 전반기 중앙종회는 총 10회 개회됐으며, 평균 82.2%의 참석률을 보였다. 34일 중 16일 동안 55시간 43분 회의가 진행됐으며 총 122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중에는 총무원법개정(157회), 승려법개정(158회), 종헌개정(162회), 총림법제정(163회)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