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매년 실시하는 전국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조계종립 동국대는 지난해보다 더 하락, 아예 30위권 밖으로 밀려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로써 현 홍기삼 총장이 취임 후 계속 주장해온 ‘공부하는 대학’이라는 교육강화 프로그램에 대한 교내외의 비판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대학운영 정책 전반의 손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9월 20일 올해 11번째로 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한 중앙일보는 “전반적으로 학생ㆍ교수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대학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순위가 월등히 앞서나갔으며 인하대ㆍ경희대ㆍ중앙대 등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한 대학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4년제 대학 가운데 국ㆍ공립 25개, 사립 98개 대학을 대상으로 했으며 천태종립 금강대 등 아직 졸업생을 배출하지 않은 신설대와 산업대, 교육대 등은 제외됐다.
지난해 명지대와 함께 종합순위 30위였던 동국대의 올해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정부부처ㆍ지자체ㆍ기업ㆍ금융권ㆍ전문 리쿠르트업체 인사담당자 및 간부 1025명이 대답한 평판도에서는 16위권으로 선방했지만, 각종 교육지표와 통계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교육여건ㆍ재정분야에서는 30위권에도 들지 못해 낙제점을 얻었다. 그러나 동국대는 종합 평판도에서 16위, 인성품성(13위), 졸업생 직무 수행능력 17위, 졸업생 리더쉽 14위, 조직융화력 및 충성도 12위, 졸업생 발전가능성 18위, 호감이 가는 대학 18위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내 소재대학으로 오랜 전통에 따른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으로, 소위 말하는 ‘100년 전통사학이라는 이름값’이 아직도 4~50대 기업인사담당자들에게 먹히고 있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평가와 관련해 동국대 기획인사처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교육의 질보다는 수치로 평가가 가능한 정량(定量)중심의 평가라는 한계가 있어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를 100%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낮은 평가 결과로 불교계와 동문, 재학생들의 실망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교수들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현 총장인 홍기삼 총장이 추진하는 성장보다는 ‘공부하는 대학’이라는 교육강화 정책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열매를 얻겠다는 식의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현 대학당국의 교육 정책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동국대 홈페이지에도 평가결과와 관련해 대학당국을 비난하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 왔다. ‘음’이라는 아이디를 쓴 한 학생은 “중앙일보 대학평가... 재단과 학교의 책임이다. 이런 말은 처음 입학했던 4년 전부터 나왔고 이런 성토의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왔지만 변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재단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학평가에서 동국대 이름 찾기는 불가능하다”라는 글을 남겼다.
동국대는 대학당국의 별다른 개선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매년 되풀이 되는 낮은 평가결과 만성이 된 듯 지난해와는 달리 담담한 분위기다. 때문에 자칫 이런 분위기가 '동국대=3류 대학'이라는 체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한편, 진각종립 위덕대는 종합순위 30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교육여건ㆍ재정 분야에서 학생장 장학금 규모(27위 360만원), 기숙사 수용률(15위 24.8%), 학생당 도서 자료구입비(10위 13만2000원) 등에서 신생 소규모 지방대학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