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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으로 10년째를 맞이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관객 참여제도’를 도입해 미술계뿐 아니라 불교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불교를 소재로 한 작품이 다수 출품되었을 뿐 아니라 스님과 재가 불자들이 직접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비엔날레(biennale)란 격년제로 열리는 미술전으로, 국제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비엔날레에도 세계 35개국에서 20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비엔날레 주제전이 열리는 1전시관 첫 작품으로 민중미술예술가 박불똥 씨와 참여관객으로 동참한 시인 고은 씨의 ‘불후-진폐증에서 삼림욕까지’가 시선을 모은다. 연탄 설치물로 생태환경 파괴를 보여주고, 벽에는 고은 씨의 시집 <만인보>가 붙여있어 삼림욕하듯 유유히 시를 감상하도록 했다.
‘먼지+물’의 방인 3전시관에는 베트남 작가 구엔 민 탄 씨의 ‘난 아무도 믿지 않아’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서정적 초상화를 주로 그리는 작가 민 탄 씨는 부시와 후세인, 테레사 수녀와 마이클 잭슨 등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물을 한 카드에 그려 인간 본성에 내재된 욕망과 이기심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사랑’이란 테마 아래 부처님상 만을 모아놓아 불교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문규현 신부가 참여 관객으로 동참한 ‘부안 사람들의 기원’은 벽에 그물을 쳐놓고 새만금과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펼치는 주민들의 모습을 엮어놓아 더불어 살아가는 ‘인드라망’의 세계를 보는 듯 하다.
무엇보다 이 전시관에서 불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모임’의 ‘광주천의 숨소리’이다. 이 작품은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관객으로 동참해 주목을 받아온 작품이다. 140만 광주시민의 하수 슬러지를 물고기로 형상화 한 설치작품과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들의 사진으로 벽면을 장식한 이 작품에서 지율 스님과 작가들은 광주천과 천성산이 되살아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주제관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작품으로는 5전시실에 전시된 황호섭 씨의 ‘108-1’이다. 108개의 부처님상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면에 다양한 필름의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인공적인 대량생산에 대한 작가의 문화비평이란다. 아쉽게도 장소가 협소해 작품 전체를 전시하지 못하고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
중외공원 교육홍보관에서 열리는 ‘한국특급’전에는 국내작가 29명이 참가하고 있다. 1전시실에는 설치작가 이한수 씨의 ‘천개의 눈을 가진 선녀’가 종교적 신비함을 보여준다. 천녀상의 몸에서 나오는 레이져는 ‘천수천안(千手千眼)’을 의미하는 천개의 눈에서 차용한 것으로 미래지향적 문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전시실은 정면에 자리한 미륵반가사유상이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은은히 울리는 <천수경> 독경소리를 따라가면 김아타 씨의 영상물을 만난다. 8개의 사천왕 이미지를 합성한 사천왕과 다양한 영상물이 선보인다.
한국특급전에서 불교를 소재로 한 작품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3전시실에 설치된 강익중 씨의 ‘삼라만상 2004’이다. 수백개의 불상 그림을 바탕삼아 온갖 잡동사니를 붙여놓은 이 작품은 화려한 무당의 굿거리를 형상화하면서 사바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광주 비엔날레는 거대한 사바세계를 소꿉장난하듯 여기저기 펼쳐놓은 듯 하다. 유난히 불교적 소재의 작품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은 환경과 문명, 전쟁, 갈등 등 현 세상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불교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인 듯 하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www.gwangju-biennall.org (062)608-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