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째 문제입니다. 불교가 숭상해야할 삼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보는 무엇일까요? 5초 드리겠습니다.”
이내 사회자가 다섯을 모두 샜다. 사회자는 흰 칠판을 번쩍 든 두 명의 경쟁자 가운데 한명의 칠판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부처님ㆍ경전ㆍ스님 네, 불ㆍ법ㆍ승 정답입니다.”
이렇게 이날의 퀴즈왕 곽상탄(경찰행정학과 3)씨의 우승이 결정됐다. 곧이어 환호와 박수, 함성 속에서 시상식이 이어졌다.
동국대 중앙도서관(관장 최인숙)은 학생들의 책 읽는 습관을 키우고 도서관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9월 15일 ‘제 1회 동국 독서퀴즈왕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다른 대학에서 시도 하지 않았던 독특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이날 팔정도 불상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1학기 대출횟수가 많은 다독자 가운데 50명을 우선 선발했다. 도서관 측이 무려 200만원의 장학금을 상금으로 내걸었을 만큼 경쟁률 도한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모 방송사의 ‘도전 골든벨’ 형식으로 열린 이번 퀴즈대회의 문제는 불교, 인문, 사회, 자연 등 각 분야별 관련 도서의 제목과 저자 같은 일반적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됐다. 이밖에 평소 도서관이용 방법에 대한 상식적인 문제들도 일부 포함됐다.
이날 우승자 곽상탄 씨는 총장 장학금 100만원을 상금으로 받았다. 곽 씨의 우승이 결정되던 순간 옆에 있던 도서관 관계자는 “평소 도서 대출량이 월등한 학생이라 유력한 우승 후보로 일찍부터 손꼽고 있는데…”라며 곽 씨의 우승을 축하했다.
곽 씨도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 우승까지 하게 되니 너무 기쁩니다. 장학금으로 이번 겨울에 계획했던 유럽 배낭여행을 하고 싶어요”라며 감격스런 소감을 밝혔다. 이날 문제는 의외로 까다로웠다. 실제로 난이도 높은 문제 보다는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풀어야만 하는 상식적인 수준의 문제가 많아 참가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조기 탈락자가 많아 패자 부활전을 거듭하면서 35번째 문제까지 풀어 나갔다. 우승을 차지한 곽 씨도 두 번씩이나 패자 부활에서 살아난 케이스다. 곽 군은 “의외로 상식적인 수준의 문제가 많았어요. 일반적인 취업상식수준의 문제를 예상했는데 오히려 너무 쉬운 문제에 당황하기도 했는데 우승이라니 믿기지 않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2등은 북한학과 4학년 이재현 씨, 3등은 문예창작학과 최윤현 씨가 각각 수상했다. 3등을 차지한 최 씨는 깜찍한 ‘올챙이송’을 선보여 참가자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덕분에 패자부활에 성공해 3위 입상한 행운아다. 이날 참가자 가운데는 유일하게 승복을 입고 참가한 학생도 있었다. 불교학과 3학년 보원 스님은 22번 문제에서 아깝게 탈락해 주변을 아쉽게 했다.
대회를 준비한 도서관장 최인숙 교수는 “인터넷 문화에 젖어 책 읽기에 소홀한 요즘 대학생들에게 상당히 유익한 행사가 됐다”며 “앞으로 매학기 마다 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의 책 읽는 시간을 늘려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