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중인 재소자들, 만나보면 참 순수하고 여린 사람들입니다. 너무나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한순간 불쑥 올라오는 마음을 못 다스려 들어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93년부터 대구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11년째 무기징역 형을 선고받아 복역중인 재소자 29명과 자매결연을 한 뒤 보살펴 온 최태향(64·대구 교도소 교정위원회 복지분과 회장)보살은 이렇게 무기수들의 마음을 깊이 있게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주봉이는 문맹자였는데 지금은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통과하고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답니다. 나도 이제 주봉이에게 중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할 겁니다.”
자식을 대하듯 서슴없이 무기수인 김주봉(54)씨 이름을 부르는 최 보살은 5년 전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참고서를 몽땅 사주면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하고 이끌어준 장본인이다.
최 보살이 자매결연한 재소자와 만날 수 있도록 교도소로부터 할애받은 시간은 한 달에 한번, 2시간이 전부다. 최 보살은 이 날이 되면 떡, 과자, 사탕 등을 가득 싸들고 면회를 간다. 이날 재소자들은 모처럼 자유롭게 속마음을 내어 보이며 온갖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둘러앉아 노래도 부르고 때로는 부처님의 귀한 말씀을 듣기도 한다.
“죽을 때까지 내 몸이 남아 있는 한 방문을 계속할 것”이라는 최 보살은 재소자들이 오직 이 날만을 기다리며 보내는 것을 잘 알기에 교정위원으로 활동한 11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걸러 본 적이 없다.
또 교도소 내 초파일 행사, 체육대회, 명절, 수계법회에도 열심이다. 명절이 되면 재소자들을 위해 내의를 준비하는가 하면 재소자들이 아프면 약도 사다주고, 치료비도 틈틈이 대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자로서 역할이다. 대부분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기에 사랑 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고 그만큼 의논할 상대도 없다. 최 보살은 이들의 속마음 하나하나를 들어주고 이해해준다. 때로는 어머니처럼 누나처럼, 때로는 엄한 선생님이 되어 따끔하게 나무라기도 한다. 항상 마음을 잘 다스리며 하심하고 자족할 줄 알라고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최 보살과 인연을 맺었다가 출소한 재소자들은 하나같이 사회적응이 빠르다.
최 보살은 교도소 내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불자와 스님들의 수가 너무 적고 미약하다고 안타까워 한다.
대구 교도소의 경우 3,000여명의 재소자 중 약 700여명이 불자다. 그러나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스님 7명에 재가자 20여명이 전부다. 또 자매결연한 사람도 불과 7명뿐이다.
“돌아보면 크게 도와준 것은 없어도 어떻게든 안 빠지고 활동해 온 지난 11년간의 삶이 보람으로 남는다”는 최 보살은 “육바라밀 중 첫 번째가 보시인 만큼 좀더 많은 불자와 스님들이 동참하여 교도소에 복역중인 여리고 착한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과 부처님의 자비를 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