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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 역 이름을 판다?
지자체 실시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각 지자체마다 향토색을 진하게 드러내려는 움직임인 듯하다. 지역의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 특산물 등을 최대한 특성화 시켜보겠다는 전략이 그것이다. 이제는 먹거리나 볼거리 중심의 축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된 사례도 더러 있어 때로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라 P. 화이트의 <세상을 깨우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책을 소개한 글에서 ‘H3 리더’라는 신조어를 본 적이 있다.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열정적이고(hot) 진보적이며(hip) 일을 만들어 가는(happening)’ 사람들이라는 단어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어려울 때일수록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여 조직의 설계 및 운영을 창의적으로 해낸다는 것이다. 이는 100명이 넘는 뛰어난 리더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결론이라는 점에서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그런 신선한 아이디어가 최근 경춘선 춘천 부근의 작은 역인 신남(新南)역에서 제시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역 이름을 김유정(金裕貞)역으로 변경하고자 한 청원이 그것이다. 이 역이 소재한 춘천시 신동면의 실레마을은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는 <동백꽃> <소낙비> <봄봄> <산골> 등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소설 30여 편을 남기고 29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그가 남긴 문학사적 족적에 비해 지금 그곳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비와 그가 심었다고 전하는 느티나무, 소설 <산골>에 등장하는 연자방아의 밑돌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초라하다고 한다.

사실 그 지역의 지명을 역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의 틀을 깨고 과감히 지역 출신의 인명으로 바꿔보겠다는 시골 역무원들의 생각은 대단한 도전이요, 그런 점에서 그들은 ‘H3 리더들’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지난 9월 5일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이 발표한 ‘지하철 역 이름의 판매방안 검토’는 어떤가. 발상의 전환이라는 맥락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김유정역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다. 하루에도 수백대의 지하철이 지나는 서울의 지하철역이 김유정역과 같은 사인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시민이 겪어야할 불편과 부담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고 싶다.

또한 정부가 내린 시정조치에 따라 2007년까지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재로 바꾸고 승강장 안전문을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약 2조8천억원의 시설보완을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라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그 엄청난 금액을 지하철공사가 단독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지하철이 서울시민의 전유물은 아닐테니 말이다.

또, 역 이름의 판매로 얻어지는 수익금은 전적으로 지하철의 안전을 위한 보수비 등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역 이름의 판매 또는 임대라는 점에서는 우려되는 바가 한 둘이 아니다. 장기나 영구 쪽으로 갈 경우에도 기존의 이름과 함께 사용할 것인가? 공공시설이 사유화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어쨌거나 안전시설을 확충하여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서울다운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H3 리더’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성공한 지자체의 사업 케이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지자체 실시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각 지자체마다 향토색을 진하게 드러내려는 움직임인 듯하다. 지역의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 특산물 등을 최대한 특성화 시켜보겠다는 전략이 그것이다. 이제는 먹거리나 볼거리 중심의 축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된 사례도 더러 있어 때로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라 P. 화이트의 <세상을 깨우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책을 소개한 글에서 ‘H3 리더’라는 신조어를 본 적이 있다.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열정적이고(hot) 진보적이며(hip) 일을 만들어 가는(happening)’ 사람들이라는 단어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어려울 때일수록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여 조직의 설계 및 운영을 창의적으로 해낸다는 것이다. 이는 100명이 넘는 뛰어난 리더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결론이라는 점에서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그런 신선한 아이디어가 최근 경춘선 춘천 부근의 작은 역인 신남(新南)역에서 제시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역 이름을 김유정(金裕貞)역으로 변경하고자 한 청원이 그것이다. 이 역이 소재한 춘천시 신동면의 실레마을은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는 <동백꽃> <소낙비> <봄봄> <산골> 등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소설 30여 편을 남기고 29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그가 남긴 문학사적 족적에 비해 지금 그곳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비와 그가 심었다고 전하는 느티나무, 소설 <산골>에 등장하는 연자방아의 밑돌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초라하다고 한다.

사실 그 지역의 지명을 역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의 틀을 깨고 과감히 지역 출신의 인명으로 바꿔보겠다는 시골 역무원들의 생각은 대단한 도전이요, 그런 점에서 그들은 ‘H3 리더들’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지난 9월 5일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이 발표한 ‘지하철 역 이름의 판매방안 검토’는 어떤가. 발상의 전환이라는 맥락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김유정역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다. 하루에도 수백대의 지하철이 지나는 서울의 지하철역이 김유정역과 같은 사인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시민이 겪어야할 불편과 부담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고 싶다.

또한 정부가 내린 시정조치에 따라 2007년까지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재로 바꾸고 승강장 안전문을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약 2조8천억원의 시설보완을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라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그 엄청난 금액을 지하철공사가 단독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지하철이 서울시민의 전유물은 아닐테니 말이다.

또, 역 이름의 판매로 얻어지는 수익금은 전적으로 지하철의 안전을 위한 보수비 등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역 이름의 판매 또는 임대라는 점에서는 우려되는 바가 한 둘이 아니다. 장기나 영구 쪽으로 갈 경우에도 기존의 이름과 함께 사용할 것인가? 공공시설이 사유화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어쨌거나 안전시설을 확충하여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서울다운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H3 리더’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성공한 지자체의 사업 케이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최성렬(조선대 철학과 교수)
2004-09-15 오후 2: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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