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에서는 ‘걸망에 담아 온 산사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가 시작됐다.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공학박사라는 지은이의 이력도 색달랐지만, 서암 청화 정대 월하 서옹 스님 등 원로 스님들의 다비식을 빠지지 않고 ‘인터넷 중계’ 하던 그의 부지런함이 더욱 눈에 띄었다.
지난 1년간 1만여 명의 독자를 불러 모으며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걸망에 담아 온 산사 이야기’가 같은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지은이 임윤수(45) 씨는 조용한 산사를 혼자 걸으며 ‘망각 속에 묻힌 추억’을 줍기 위해 ‘카메라와 기억력’을 걸망에 담아 넣고 4년 동안 산사를 찾아다니게 됐다고 말한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칠보사 조실 석주 스님을 찾아뵙고 받은 ‘방하착(放下着)’이라는 가르침도 여행 내내 그를 뒤따랐다.
그의 여행은 삼보(三寶) 사찰인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에서부터 4대 관음 도량, 5대 적멸보궁을 거쳐 각 지역의 대표적인 산사에 이르기까지 30여개의 사찰을 아우르고 있다. 또한 스님들의 다비식에서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담담한 모습으로 담은 사진들도 그의 책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사진과 미처 소개하지 못한 사찰의 소개도 덧붙였다.
책에 담긴 그의 사진은 비록 전문 사진가의 그것처럼 세련되거나 멋지진 않지만, 평범한 여행객의 시선으로 담아낸 풍경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상원사 적멸보궁 인근 마애불탑 앞에서는 부처님의 가피를 받으려 놓아 둔 신도들의 물병이 먼저 눈에 띄고, 돌다리 밑에서 부서지는 계곡 물이나 단청을 하지 않은 실상사 전각의 처마 끝, 내소사 대웅전의 꽃살문 나뭇결 등도 모두 소중하게 다가온다.
“산사에서 느꼈던 마음의 평온함을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에도, 주체할 수 없이 기쁠 때에도 산사를 찾아보십시오. 가장 듣고 싶은 위로와 칭찬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사입니다. 그 위로와 칭찬을 받아들일 만큼 아주 조금만 마음을 열어준다면 말입니다.”
“여행을 통해 마음을 비우진 못했어도 과체중이던 육신의 무게는 14킬로그램이나 줄일 수 있었다”며 활짝 웃는 그의 걸망에는 이제 ‘놓음’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과 소중한 추억들이 가득할 것이다.
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
임윤수 지음
가야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