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인 일승회(회장 종광)가 종회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자성과 진정한 대의기구로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승회는 9월 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94년 이후 과도한 권한을 가진 중앙종회는 반목과 대립, 정쟁의 진원지였고 오늘 이 자리에 서있는 우리 역시 대립의 한축으로 전락된 것도 사실”이라며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로잡고 종도들이 동의할 수 있는 종책 생산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합리적인 종책생산 기능을 강화하고 종도들의 참여와 준엄한 평가를 받고자 한다”며 “일승회 내 ‘종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실성 있는 종단발전계획을 연구, 개발하고 실천하며, 총무원을 포함한 불교계의 다양한 여론 수렴과 평가과정을 거쳐 중앙종회의 일방적 사업이 아닌 종도들의 참여를 통해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승회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표결방식과 과도한 면책특권에 의한 폐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고 종단 기구인 각종 위원회마저 종회에서 선출함으로써 종도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거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내지 못하고 있다”며 “현 종헌ㆍ종법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합리적인 개정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총 회원 29명 중 동광, 선광, 법안, 장적, 법경, 초격, 보경 스님 등 7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요약.

△기자회견을 열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특별한 현실적 상황 때문에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내부에서 종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종회가 제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종도들에게 천명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오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다른 종책 모임과 이야기가 있었나?
→오늘을 기화로 심도 있게 대화할 생각이다. 서로 충분히 논의하겠다.

△기자회견에 나온 스님들 대부분이 종책위원회 구성원인데?
→2개월 전부터 종책위원회 차원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내부세미나를 했다. 또 비공식적으로 총무원측에 한차례 의견을 전달한 적이 있다. 이제부터는 공식적으로 할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을 9월 15일 열리는 종회에 상정할 것인가?
→조급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9월 종회에 상정하기는 이른 것 같다.

△기자회견에서 종도들의 참여와 준엄한 평가를 받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 있나?
→종도들과 함께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연구ㆍ검토하고 있다.

△일승회에서는 현 총무원 집행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취임한 지 1년 6개월 밖에 안됐기 때문에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전 총무원장 정대 스님이 중도하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큰 문제는 없었다고 평가한다.

△동대 문제나 종회의장 선거 등은 어떻게 풀 것인가?
→동대 문제는 돌출된 현안이다. 검찰 조사 결과 그대로 종회에서 물어볼 수는 있지만 정쟁거리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종회의장 선거는 정쟁이 아닌 경쟁 또는 만장일치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호법분과위에서 호계원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호계원에서는 월권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호계원 입장에서 서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를 월권이라고 한다면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종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꼴이다.


기 자 회 견 문

존경하는 종정예하와 원로대덕 큰스님,
그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진력하고 계시는 중진스님들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삼가 존경의 예를 올립니다.

종도들의 염원을 모아 이룩한 94년 종단개혁 후 우리 종단은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와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승가의 전통인 ‘공의’에 의한 화합을 추구하며 상생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여 동안 종단은 어려운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31대 총무원장 법장스님 취임 이후 위로는 종정예하와 원로대덕스님을 모시고 사부대중의 노력으로 한층 성숙된 종단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종단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부대중의 한결같은 마음은 종단이 구시대의 퇴행을 과감히 벗고 일신하는 자세로 거듭나길 원하고 있으며 종단의 모든 기관과 구성원들이 이를 위해 헌신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앙종회는 이러한 종도들의 바람과 희망앞에 진정한 입법기관이자 대의기구로서 제대로된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합니다. 또다시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입법활동과 종책생산을 외면하고 권능을 권력의 도구로 이용한다면 종단의 변화와 발전은 퇴보할 수 밖에 없고 종단의 진정한 개혁은 요원한 과제로 전락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종헌 기구이자, 종단 운영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중앙종회의원으로서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히고 화합하고 발전하는 종단, 사업의 성과가 종도 전체에게 회향되는 종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 첫째, 우리는 뼈를 깎는 참회와 자성을 통해 중앙종회가 진정한 대의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 종책모임을 포함한 중앙종회의원들은 94년 종단개혁에 안주해서 종도들의 요구를 외면해왔으며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94년 이후 과도한 권한을 가진 중앙종회는 반목과 대립, 정쟁의 진원이었고 오늘 이 자리에 서있는 우리 역시 대립의 한축으로 전락된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중앙종회의 현실입니다.

이에 우리는 조금씩 과거의 퇴행과 허물을 벗고 열린 자세로 종도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잘못된 법과 제도을 바로잡고 종도들이 동의할 수 있는 종책 생산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입니다. 한꺼번에 과거의 모습이 일순간 바뀔 수는 없지만 점진적으로 노력한다면 우리의 진정성이 반드시 전체 중앙종회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둘째, 합리적인 종책생산 기능을 강화하고 종도들의 참여와 준엄한 평가를 받고자 합니다.
중앙종회의 역할은 입법기관, 통제 및 조정기관, 선출기관, 총체적인 정책결정기관이라는 크게 4가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이며 각 분야별로 과제들이 산적해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종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실성있는 종단발전계획을 연구, 개발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이미 수 차례의 종책 회의와 토론회를 가진 바 있는 ‘종책위원회’는 안으로는 중앙종회의원들의 토론과제를 제시하고 밖으로는 연구된 종책을 총무원과의 공개적인 협의를 통해 현실속에 발현하는 기능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현재 ‘종책위원회’는 26가지의 종책내용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종합민원상담센터설립과 직영사찰 종무원 순환근무제, 인사제도 개선, 사설사암관리, 각종 선거선출제도 개선 등 종무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단기적 과제와 승려노후복지제도와 종단 재정 확대를 위한 방안, 건전한 승풍확립을 위한 종책 개발등 종단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과제를 선별해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승려노후복지제도 문제는 다비장례와 연금문제등 승려들의 기본적인 신분을 보장하는 문제인 만큼 현실적인 재정계획과 제도적 장치를 포함해서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같은 우리의 종책내용은 총무원을 포함한 불교계의 다양한 여론 수렴과 평가과정을 거쳐 중앙종회의 일방적 사업이 아닌 종도들의 참여를 통해 실현해나갈 것입니다.

-. 셋째, 시대상황에 맞게 종헌ㆍ종법을 개정하는 등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것입니다.

94년 이후 총무원장의 과도한 권한을 견제하고 소신있는 의회활동을 하기 위해 강화된 중앙종회는 현재에 있어 권한에 비해 책임과 의무을 다하지 못함으로서 종단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표결방식과 과도한 면책특권에 의한 폐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고 종단 기구인 각종 위원회마저 종회에서 선출함으로서 종도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거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단 중앙종회법 뿐만 아니라 승려법과 선거법, 호계원법과 종무원법 등 개정해야할 각종 법률 현안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모호한 성격의 법령이 있는가 하면 위헌적 요소를 소지한 법률도 있습니다. 이는 중앙종회의원 모두의 중지를 모아 합리적으로 개정되어야합니다. 또한 그 방향은 권한에 맞게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현실상황을 반영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현 종헌ㆍ종법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합리적인 개정안을 제안할 것이며 이를 공론화해서 종회가 입법기구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는 수행풍토 진작과 교육, 포교에 진력을 다할 것이며 현안 문제에 적극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현재 우리 종단은 종단적인 힘과 지혜를 모아가야할 중차대한 과제들이 놓여있습니다. 종립동국대학교는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으며 한국불교총본산성역화불사, 신계사복원추진, 사찰수행환경 보존, 승려노후복지 문제등 전 종도들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할 중차대한 사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또한 제방에서 한국불교의 법맥을 전승하고자 수행 정진에 여념이 없는 수많은 대중스님들을 후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교육체계 확립, 포교 활성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다면 중앙종회의원들은 어느때보다 성실하고 지혜롭게 현안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그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는 소모적인 중앙종회 모습은 이제 중단되어야하며 치열한 토론과 합의를 만들어가는 종회문화를 정착시켜내야합니다. 또한 ‘비판’정신을 통해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함으로서 건전한 종책에 대해서는 힘을 모아 추진하고 종도들의 지탄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야합니다.

우리는 중앙종회내 가장 많은 중앙종회의원이 모인 종책모임인 만큼 이러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종단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분들께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불기2548년 9월 9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 일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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