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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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문태준 PD 두번째 시집내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맨발’ 일부)

불교방송의 ‘차 한잔의 선율’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문태준(34) 씨가 두 번째 시집 <맨발>을 펴냈다. 표제작 ‘맨발’은 전문가 115명이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가운데 가장 좋은 작품으로 선정한 시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 펴낸 <수런거리는 뒤란>(창비)에서 시인은 자신을 키워낸 농촌이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겪은 다양한 체험들을 노래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존재론적인 문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특히 3부에 실린 20여 편의 시는 모든 사물이 변화하며 결국은 소멸해 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그 변화의 과정을 끊임없이 관찰해가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날’에서는 시인의 이러한 탐구의 한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봄나무에 “저 수많고 작고 여린 순들” 하나하나가 중심인 것처럼, 인간의 그리움도 “누구 하나를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아닌지 모른다”고 고백하고 있다.(‘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날’ 일부) 이 같은 깨달음은 “나 아닌 것, 그러면서 동시에 나인 것들을 잘 섬기며 살아야겠다”는 ‘시인의 말’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이와 함께 “물을 달여 햇차를 끓이다”가 “마르고 뒤틀린 찻잎들이 차나무의 햇잎으로 막 피어나는”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만났을 때 그들의 “간곡한 사연”을 들으려 노력하는 시인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햇차를 끓이다가’ 일부)

맨발
문태준 시집
창비
6천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9-08 오전 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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