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올리면서 숨을 들이 마십니다. 자~ 업! 척추도 함께 폅니다. 팔을 내리면서 숨을 내쉬고 척추는 뒤로 밉니다.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하나에 올리고 둘에 내려봅시다.”
9월 6일 서울 불광사 반야당에 모인 십 여 명의 보살들이 익숙치 않은 몸짓에 한창이다. 전통무용이라 하기에는 뭔가 밋밋하고 체조라고 하기엔 제법 다채로운 동작들. 옷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몸짓마당에 뛰어든 보살들은 낯선 동작을 소화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강사를 쫓는 눈빛만은 형형하다.
이날은 ‘우리춤 건강체조’ 교실을 시작하는 날. 불광사 무용단 단장이자 ‘우리춤 연구회’ 전문강사인 이상신(54) 보살이 지도를 맡아 무기한 무료강좌에 나섰다.
“우리춤체조는 노인들을 위해 개발한 운동이에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경우죠. 기존의 운동을 조금씩 변형해서 만든 노인 운동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단장은 로봇처럼 손과 발이 따로 움직이는 보살들의 동작을 세밀히 살피면서 간간이 설명도 덧붙인다. ‘우리춤체조’는 박상철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체력과학노화연구소, 이지영ㆍ박인숙 등의 안무ㆍ무용가들이 의기투합하면서 만들게 된 노년층을 위한 운동. 무용가들은 전통무용을 원형으로 삼아 춤사위를 고안했고, 건강 전문가들은 이를 꼼꼼이 살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동작들을 엄선했다. 춤사위를 이끄는 전통가락 역시 몸짓에 입각해 새롭게 만들었다. 이에 인간문화재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승무와 살풀이를 사사받은 이수향ㆍ이상신 선생의 지도가 곁들어지면서 우리춤체조는 한 차례 더 살아났다.
“전통무용 자체의 ‘난해함’을 떨어낸 대신, 단순하고 편한 동작에 건강 진흥 효과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특유의 리듬감과 역동성은 그대로 살려내 노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려했죠.
이 같은 특성들은 ‘해맞이’,‘아리랑’,‘사군자’로 이름붙인 실제 춤사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호흡과 몸짓이 일체가 되는 동작에서는 전통무용의 맛과 멋을 전해주고, 농사짓는 모습ㆍ나들이 가는 모습 등을 응용해 만든 동작으로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실제로 우리춤체조에 익숙해진 이들의 경우 ‘춤은 어렵다’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자신 안의 적극성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단장이 덧붙인다. 느리고 정체됐던 삶 속에서 활력과 생동감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노년기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강좌에 참여한 보리심(59) 보살은 “기계적인 운동에만 주력해왔는데 스트레칭과 율동을 적절히 조화시킨 춤체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느낀 운동량은 상당했고, 우리 가락과 우리 무용을 살려낸 동작이 친근하면서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95년부터 기획 및 개발을 시작한 우리춤체조는 2000년에 이르러 전국의 복지관을 통한 활발한 보급활동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100명 이상의 지도자와 4만 명이 넘는 이수자들을 양산했다. 또한 우리춤연구회는 2001년부터 2000명 이상의 노인들이 참여하는 우리춤체조 대회를 치러왔으며, 지난 7월에는 세계 노화대회의 개막전 공연으로 초청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전주에서 2004 우리춤 체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02)3417-2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