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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오후5시 서울 조계사 경내 특설무대.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감각이 만났다. 불교와 이웃종교도 벽을 허물었다. 조계사와 예술축제 FAM(Folk And Modern)이 마련한 소리 한마당. 불자는 물론 시민 1천여 명이 조계사 경내를 가득 메웠다.
이날 축제의 주제는 ‘성스러운 소리들(Sacred Voices). 독일 등 5개국 15개팀 5백여 예술가들이 이곳에 날아들었다. 일렉드럼의 샘 베넷(Samm Benett), 베이스 클라리넷의 미셀 필츠(Michel Pilz), 트렘펫의 오키 이타루(Oki Itaru), 알토 색소폰의 강태화, 월드뮤직그룹 ’자연‘, 재즈빅밴드 서울솔리스트재즈오케스트라 등 세계 즉흥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색채를 품어내기 위해 한 무대에 섰다.
첫 공연은 거문고, 해금, 철현금, 타악 등으로 구성된 솔리스트 앙상블 ‘상상’의 연주. 한국전통의 소리부터 무대를 장식한다. 굿, 산조, 현대적 즉흥음악 등으로 이어지는 상상의 공연. 풀어내는 그릇은 전통이지만, 담은 내용은 현대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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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서양의 소리가 그 다음을 잇는다. 미국 샘 베넷이 일렉드럼으로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 내고, 미나가 강력한 비트와 현악기의 서정성을 담아낸 일렉트릭 바이올린으로 장내의 귀를 사로잡는다. 색소폰도 굵은 음색을 토해내며 절집을 휘감는다. 생경함이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종교간 벽을 허무는 소리도 연출된다. 조계사 합창단의 공연과 능허, 진성, 범성 스님의 범패와 염불이 불교의 소리를 전한다. 곧이어 남성중창단이 대웅전 해체복원을 위해 만든 철골 난간 끝에서 교회성가로 개신교의 소리를 흘러내려 보낸다. 소리를 통한 종교간 만남. 그 과정에서 종교색 짙은 소리는 인간의 희노애락의 평범한 소리로 녹아든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예술축제 팜 공연. 도심사찰에서 벌어진 실험적인 즉흥음악 공연에 관람 온 사람들의 반응이 신선하다. 또 종교, 동서양,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등이 서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생소한 축제에 표정도 제각기다.
신문을 보고 왔다는 윤홍련 씨(34ㆍ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여러 나라의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느낌이 좋았다”며 “절에서 서양음악을 접해 다소 이채롭고 기존 음악회와 다른 감동을 줬다”고 말한다.
조계사 합창단원 이길순 씨(56ㆍ향덕심)도 흥미롭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최신 모던음악가들과 함께 공연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는 이 씨는 “앞으로 이런 음악회가 사찰에서 자주 열리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힌다.
예술축제 팜은 9월 5일까지 계속된다. 오후 4시부터 조계사 특설 무대에서 막이 다시 오르는 팜에서는 강태환 씨의 알토 색소폰 연주, 김창수 씨의 인도음악 공연, 미셀 필츠의 베이스 클라리넷 즉흥연주, 그레고리안 성가, 오끼 아따루의 트렘펫, 흑인영가 등이 한바탕 소리의 향연을 펼친다. (02)3273-6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