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구본사가 젊어지고 있다. 8월 30일 현응 스님이 합천 해인사 차기 주지로 추천됨에 따라 23곳 중 5곳 교구본사 주지 소임을 40대 스님들이 맡게 됐다.
조계종 본말사주지인사규정 제2장 임명 자격에는 “교구본사주지의 자격은 추천 당시 승랍 25년 이상, 연령 45세 이상, 70세 이하 비구이어야 한다”로 규정돼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다섯 곳 중 한 곳 이상을 40대 스님들이 주지 소임을 맡은 것은 예전에 없던 일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구본사 주지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이 스님들에게 불교계 내외에서 거는 기대도 작지 않다. 어른스님들의 의견을 존중해 사중화합을 도모할 뿐 아니라 열정과 패기로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답하듯 이 ‘젊은 스님들’은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와 교감하며, 지역공동체와 함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평창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주지 진산식에서 축하화환을 받지 않는 대신 지역 백혈병 어린이 돕기 모금을 해 4천3백만원을 전달했다. ‘파격’의 대표적 사례다.
스님은 주지 취임 후 ‘오대산 천년 숲길 걷기 대회’와 ‘산사영화제’ ‘월정사 주지배 족구대회’를 개최해 월정사를 지역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한달간 출가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단기출가학교’를 개설해 일반인들에게도 사찰문을 활짝 열었다. 특히 월정사~상원사 도로 포장 불가를 천명하고, 산문안 도로포장을 모두 걷어내겠다고 선언하는 등 환경을 중시하는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 중 ‘제일 젊은’ 남양주 봉선사 주지 철안 스님 또한 주지 진산식에서 화환을 받지 않고 모은 성금으로 지역 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노숙자들에게 자비의 쌀과 김치를 전달했다.
매일 아침 대중들과 함께 발우공양을 하는 철안 스님은 주지 취임 직후 종책연구실을 상설기구로 신설했다. 외국인 포교와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은 영어회화에서 시작한다는 것에서 착안, 지난 3월부터 경내에 영어학당을 개설해 요즘은 ‘영어삼매’에 빠져있다.
합천 해인사 주지로 추천된 현응 스님 또한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기대주로 여겨진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해인’지 초대 편집장, 총무원 기획실장, 불교신문사장을 지내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인사 각종 불사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주지 진산식을 열지 않는 대신 불우이웃돕기에 그 비용을 전달한 하동 쌍계사 주지 원정 스님과 보은 법주사 주지 도공 스님도 40대 주자다.
동안거 결제기간이어서 공부중인 대중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주지 진산식조차 하지 않은 순천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 지역노인 5천여명을 초청한 경로잔치로 주지 진산식을 대신한 고창 선운사 주지 범여 스님, 공주 마곡사 주지 진각 스님, 장성 백양사 주지 명공 스님, 해남 대흥사 주지 몽산 스님 또한 50대 초반의 ‘젊은 축’에 속한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 20년 전 40대에 부산 범어사 주지소임을 맡았던 흥교 스님은 “당시 젊다는 것을 무기로 교과서적으로 일을 처리했던 부분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경험이 많은 어른스님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대중과 함께 의논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