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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경시' vs '불교 부합' 의견 분분
9월 3일 불교생명윤리 ‘생명조작’ 세미나 열려
1997년 영국에서 복제양 돌리가 태어나고, 얼마 전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배아복제로부터 배양하는 방법을 발표하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생명 복제와 윤리.

콩이나 옥수수와 같은 유전자조작 식품(genetic modified organization)등 생명공학 차원에서 이미 수많은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생명복제와 관련한 불교계 차원의 논의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부장 지원)는 ‘불교 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월례세미나’의 첫 번째 순서로 ‘생명조작-배아복제, 유전자 변형 및 조작’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생명윤리’에 대한 불교적 해답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날 세미나에서 ‘생명공학과 불교의 도리’를 발제한 박병상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는 “유전자 조작과 생명복제로 대변되는 생명공학은 자연의 질서를 크게 교란하고 있다”며 “자연을 절대자의 섭리로 보거나 살생을 금지하는 상식 차원의 종교관으로 미루어 볼 때, 종교적으로 생명공학을 수긍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특히 한국 최초로 척추동물 복제에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를 비롯한 불교계 일각의 ‘복제=윤회’ 주장을 비판하며, 연기론을 설파하는 불교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표는 생명공학과 관련해 △GMO는 식량증산과 무관하고 △생명복제를 통한 생명연장은 허구이며 △체세포 이식 등의 인위적 생체이식도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같은 박 대표의 발제에 대해 토론자들은 각각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며 첨예하게 맞섰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의 김동광 소장과 유전자 조작 반대 생명운동연대 김은진 사무국장은 “서구의 기계론적 생물관에서 비롯된 생명복제와 유전자 조작은 이미 윤리적으로 생명경시풍조를 낳는 등의 문제를 양산해내고 있다”며 복제와 같은 생명공학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김동광 소장은 “생명공학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윤리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윤리문제를 투명하고 정당하게 다루지 않을 경우, 과학과 사회 양자에 모두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아 스님(대전 자광사 주지)은 생명복제문제가 불교적 가르침과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아 스님은 “체세포 핵이식기술로 복제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이 불교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며 “복제인간들이 이루어가는 세상은 바로 불교에서 지향하는 인류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계속된 전체토론에서는 △생명복제가 연기에 거스르는가 △배아세포를 생명으로 볼 수 있는가 △배아세포에 ‘업의 과보’가 전달되는가 △복제된 생명이 불성을 지니는가 △종교가 과학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가 등에 논의를 이어갔다.
조계종 사회부는 앞으로도 ‘사형과 불교’, ‘뇌사ㆍ안락사’, ‘낙태’ 등을 주제로 매월 세미나를 개최해 불교생명윤리 정립작업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유철주 기자
2004-09-03 오후 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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