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9월 1일 열린 제2기 불교경영자 최고위 과정 특강에서 수강자들에게 승가교육 개선 추진 등 조계종의 주요 종책을 소개하고 종단 운영에 출ㆍ재가 불교계 지도자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법장 스님은 이날 서울 장충동 엠베서드 호텔 19층에서 열린 강연에서 총무원장 취임 후부터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는 종단의 주요종책을 분야별 나눠 설명하고, 각종 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부탁했다. 특히, 법장 스님은 ‘함께하는 종단, 신뢰받는 종단’, 승가교육개혁, 승려노후복지, 국제포교활성화, 재정투명화 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 제2기 불교경영자 최고위과정을 수강하는 주요인사는 대성(범어사), 흥교(대각사), 정우(구룡사), 덕수(천태종 총무부장), 범산(영주암), 삼보(기원정사), 정여(여여선원), 춘광(관문사), 혜승(고운사), 혜전(보덕사), 혜총(감로사), 운달(비구니회 섭외부장), 일법(비구니회 교무부장) 스님, 등이며 재가자는 김동건 서울고법원장, 김명숙 조계사신도회 부회장, 명호근 쌍용양회 대표, 이학 용인대 이사장, 박동일 한미연합사 공병부장, 박정조 국방부 동원국장, 박준영 방송위원, 박찬수 목아박물관 관장, 심계진 천마콘크리트 회장, 심호명 제주랜드 회장, 이덕문 서울디지털 디자인학교 이사장, 이성언 불교방송사장, 이연숙 조계사 신도회장, 강윤호 분당한방병원장 등이다.
다음은 강연 요지.
제가 총무원장 취임을 하면서 세웠던 원력 가운데 ‘캐치프레이즈’라 할만한 게 있는데 이게 ‘함께하는 종단, 신뢰받는 종단’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종단의 4부중이 아니라 비구, 비구니 2부중 중심의 종단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솔직히 전 종도의 뜻을 수렴해 종단을 운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4부대중이 모여 진실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종단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이기도 합니다. 기도, 불공, 재, 불사 등 절집의 모든 일을 4부대중이 어우러져 다함께 해나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하는 종단’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신뢰 받는 종단’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들 아시다 시피 종단은 두 번의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과 신도들에게 큰 심려를 키친 바 있습니다. 출가자인 저로서도 그 일만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많은 지탄을 받았던 종단이지만 많은 불자님들의 신뢰가 계속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너무나 감사하고 드리고 싶습니다. 종도들의 성원에 또다시 져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뢰받는 종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임기동안 꼭 추진하고 하는 사업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스님 만드는 제도를 개선하려고 합니다. 타종교의 사례에 비춰보면 성직자 한명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게 사실입니다. 선교나 교화를 위해 정규교육 4~5년에 전문 교육까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엄격한 교육과정을 거쳐 신부, 목사, 교무 등이 배출된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예전에는 행자생활 4~5년을 거치는 동안 모든 습의를 익히고 난후 강원 교육을 시작하는 등 스님이 됐는데 요즘은 6개월이면 예비승이라는 사미(니)가 배출됩니다.
요즘 출가자들이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아 이론적 지식에서는 훤할지 몰라도 수행이 따르지 않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는 이것을 시정하기 위해 ‘선교육 후득도’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출가를 결심한 이가 1년 정도를 수도원 같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기초교육을 익히고 다시 4년간 내ㆍ외전, 외국어 등의 소양을 모두 갖추었을 때 실질적인 승려로서 인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다음으로 승려의 노후복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사실 출가자가 무슨 노후문제를 걱정 하냐고 하지만 이문제가 불안정한 종단현실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찰의 지금처럼 주지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상황에서 주지를 맡지 못하는 스님들에 대한 노후대책 마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종단을 안정시키고 화합승가의 틀을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님들의 복지문제는 꼭 해결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제포교 활성화에도 중점을 둘 겁니다. 세계는 지금 21세기 인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대안사상으로 한국불교의 선사상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제가 89년에 북미와 유럽의 각국을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받는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눈, 귀, 입이 있어도 하나도 자유로운 것이 없는 송장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생각했습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현실에 참으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한국 선불교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언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국제포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종단에서는 인터넷으로 세계의 불자들과 소통하고 ‘전통문화 체험센터’를 세워 외국인들도 선사상을 배우고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평소 종단을 아끼는 사회 각 분야의 재가 불자 지도자분들과 중진 스님들의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