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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감독 몰래 ‘컨닝’하는 광경이 절에서도 연출돼 웃음을 자아냈다. 잿빛 승복을 입고 어깨 너머로 몰래 보고 답을 쓰는 진풍경이 펼쳐진 무대는 9월 1일 태고종 제9차 법계고시가 열리던 서울 신촌 봉원사. 법상에 올라 법문을 올리던 2백여 스님들도 이날만은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 처지가 됐다.
가장 낮은 법계인 선덕 고시장이 마련된 설법전은 화기애애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승적부 잉크가 아직 안말랐으니 온전히 스님생활 하고 싶으면 고개도 돌려서는 안됩니다.” 시험감독을 맡은 스님의 엄포가 내려진다. 하지만 곳곳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된다. 기지개를 켜면서 고개를 돌리는 스님, 손으로 허리를 감싸고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스님, 시험감독 눈치만 살피는 스님, 아예 옆자리 스님과 상의하는 스님…. 그래도 다 용서하는 별난 분위기다.
선덕 바로 위 법계인 중덕 고사장. 문제가 까다로워졌다. 문제지에는 조사 스님들의 어록이 통째로 담겼다. 구석에 앉아 머리를 긁적이는 스님이 있는가 하면 일기 쓰듯 술술 써내려가는 스님도 있다. 시험감독인 교무부장 법현 스님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던 한 스님, 법현 스님과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고는 자세를 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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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웃기는 이르다. 법계 승계 여부는 9월 25일 열리는 고시위원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합격자에게는 개별 통지되며, 10월 4일 품수식이 봉행된다. 진정 웃어도 되는 날은 이 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