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48년 하안거 해제일을 맞아 8월 30일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해제법어를 발표했다.
다음은 법어 전문.
갑신년 하안거 해제법어
口禪何敢破生死 구선하감파생사리오
能破生死在正念 능파생사재정념이다.
입으로 하는 선으로 어찌 생사를 타파하리요.
생사를 물리칠 수 있는 건 정념에 있다.
조계종 종정을 지내셨고 영축총림 방장으로 계시던 월하대종사께서 선불장의 여러 선객들을 향해 생전에 남겨놓으신 법문 중의 한 대목입니다.
오늘 갑신년 하안거 해제일을 맞아 이 법문을 먼저 들려주는 이유는 매우 간단명료합니다.
요즈음 내로라 하는 선방의 수좌들이 저마다 입으로 선을 말하고 혀를 앞세워 세상을 간단하고 있으니 선의 종지가 흔들리며 생사를 여의려는 대장부의 기개를 흩뜨리고 있어 심히 염려된다고 하셨습니다.
시회대중들은 마음자리를 밝히는 공부의 진척이 있었습니까?
정념을 견지할 때 본래면목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묘불성혜화불취(描不成兮畵不就)하고 찬불급혜휴생수(贊不及兮休生受)라.
본래면목몰처장(本來面目沒處藏)이고 세계괴시(世界壞時)라도 거불후(渠不朽)하리라.
본 뜰 수도 없고 그림으로도 되지 않고, 밝힐 수도 없다고 해서 꿀꺽 삼키지 말라.
본래면목은 감추려랴 감출 곳도 없으려니와 세계가 깨뜨려져도 그것만은 썩지 않으리라.
글이나 읽고 남의 말이나 듣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들은 ‘생수(生受)’라 하여 남의 조롱거리가 됩니다. 생수는 씹지 않고 그냥 삼키는 것을 말합니다.
본래면목은 감출 곳이 없습니다. 그림으로 그릴 수도 없고 말로 이치를 캘 수도 없습니다. 또한 깊은 산 속이나 깊은 바다에 감춰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대로 우주에 편만하게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념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념을 올바로 쓸 줄 알면 세계가 깨뜨려져도 대장부가 나아가야 할 길이 흩뜨려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시회대중은 비로소 점검해 보시오. 만일 이 이치를 알게 되면 바로 영산회상이니 모름지기 이런 사람이라야 생사를 타파할 것이오.
忽得自家底 흘득자가저하니
頭頭只此爾 두두지차이이라.
千萬金寶藏 천만금보장이
元是一空紙 원시일공지라.
문득 나의 것을 얻고나니, 사물도 그저 이러할 뿐이네.
한량없는 금보장이 원래 헌 종이쪽지일 뿐이로다. 乭
불기 2548년 갑신년 하안거 해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