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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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영혼 인디언
사람들은 더 이상 아메리카 인디언(American Indian)을 서부영화나 아이들의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거칠고 호전적인 야만인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해 원주민의 이름을 인디오(Indio:스페인어로 인디언이란 뜻)라 부른 이후,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름은 뜻하지 않게 인디언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삶과 역사는 백인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기 시작했다. 문명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 속에 자연과 야생의 삶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렸다. 백인들이 만들어낸 오만과 편견의 현대사를 거치며 그들의 순수한 삶과 역사는 사라졌지만, 이제 인디언은 조화로운 인간의 전형으로, 자연의 사상가로,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고귀함을 간직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디언의 지혜와 사상을 배우고자 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에 존경을 보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요즘같이 어수선한 시대에 이 책이 더욱 가슴속에 파고드는 것은 그들의 드높은 기상과 용기, 올바른 정신을 보다 새롭게 승화시켜 우리의 삶에 적용한다면 좀더 내실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인디언으로 태어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성장했던 저자 오히예사는 아버지에 의해 ‘찰스 이스트먼’이라는 이름을 달고 백인사회에 편입했다. 그는 보스턴 의대를 졸업하고 최초의 인디언 출신 의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으나, 무고한 인디언들이 백인들에 의해 살해된 ‘운디드니 대학살 사건’을 경험하면서 보호구역으로 돌아오게 된다. 바로 이 사건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 때부터 그는 어릴 적 이름 오히예사(승리자)를 되찾고, 보호구역의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인디언들을 진료하면서 인디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오히예사는 이 책에서 인디언의 삶의 방식을 구체적이고도 논리적인 서술로 이끌어낸다. 자연에 대한 막연한 신비가 아닌 실체적 삶에의 의지와 영적인 교훈들도 들려준다. 또 아기를 가진 인디언 여성의 태교부터 아이의 탄생과 교육, 놀이, 그리고 인디언 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와 도덕관념, 종교, 전통에 이르기까지, 인디언 사회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민주적이었으며, 고결한 정신세계를 간직하고 있었는지도 강조하고 있다.

오히예사가 어린 시절 사촌 여동생 오에세다와 토론한 내용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인디언 교육법의 좋은 예이다. 할머니는 두 어린아이에게 “도마뱀은 어떤 부족에 속한 동물이지?” 하고 질문한다. 두 어린아이는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오히예사는 도마뱀을 구체적으로 알아간다. 이렇게 인디언에게 교육은 온 몸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자연에 있다. ‘위대한 신비’라는 절대자는 따로 존재한다기보다 자연 속에 깃들어 있다. 자연이 신전이며, 바람이 그의 손길이다. 어머니 대지와 위대한 신비가 펼쳐놓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인디언이 사는 방식이다.

인디언의 언어에는 문자가 없다. 인디언들은 위대한 신비가 깃든 자연을 ‘기호’로 표시하는 것 자체를 불경스럽게 여겼다. 인위적인 이름표가 본질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디언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특징은 시간에 대한 말이 없다는 것이다. 자연의 흐름대로 사는 그들에게 시와 분으로 쪼개진 시간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 만나러 올까요?”라고 묻는다면 “해가 저 나무에 걸리면”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시간을 자연스러운 것, 혹은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시간은 사회적 합의일 뿐이다. 시간을 대하는 인디언의 태도와 그들의 말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고 오히예사는 지적한다.


책 속에 나와 있는 아메리카 인디언 100배 알기
● 인디언 여성의 태교= 인디언 어머니는 아이를 임신하는 그 순간부터 순결한 언행과 명상을 통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열려 있는 영혼에게 그가 ‘위대한 신비’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가르친다. 장차 어머니가 될 여성은 사람들로부터 떨어진 고요하고 한적한 곳에서, 장엄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눈동자에 새기며 홀로 생활하는 것을 첫번째 원칙으로 삼는다.

● 인디언의 교육 = 인디언들에게 학교 건물과 책과 정기적인 수업 시간은 없다. 하지만 인디언 아이는 자연의 방식으로부터 배움을 얻었다. 숲이 곧 학교였다. 언제나 자연 세계와 가까이 접촉함으로써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주위 생명체들과 다정다감한 관계를 맺는다.

● 인디언 사회의 규율= 인디언들의 일반적인 생활 규칙은 진지함과 예의 바름이다. 인디언들은 누구나 가족 구성원 각자의 소유물과 개인적인 공간을 존중하고, 습관적으로 조용하고 질서 있고 단정한 태도를 지켜나간다. 그것에 이르기 위해서는 음식과 성적인 관계를 엄격히 절제하는 한편, 꾸준하고 강도 높은 운동을 시킨다. 특히 금식 수행과 함께 육체를 지치게 함으로써 지나친 성적 욕망을 다스릴 수 있게 한다.

● 인디언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 = 여성의 위치가 문명의 척도라고 얼굴 흰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인디언 여성만큼 확실한 위치를 차지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인디언 사회에서는 도덕성과 혈통의 기준이 여성에게 주어진다. 아내는 남편의 이름이나 남편 부족을 따르지 않으며, 아이들은 엄마쪽 부족에 속한다. 가족의 모든 재산이 아내 소유이고, 모계를 따라 혈통이 이어진다. 그리고 집안의 명예는 부인의 손에 달려 있다.

● 인디언의 종교= 인디언들이 행하는 종교 의식들은 저마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얼굴 흰 사람들이 십자가를 찬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디언들은 태양을 숭배한다. 인디언들의 눈에는 태양과 대지가 명백히 모든 생명의 원천이며, 우주의 아버지인 태양은 자연의 원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신은 다만 이 대지 위에서 올바르게 살고 겸허하게 행동하는 이들을 자신의 품 안에 받아들일 뿐이다. 그것이 인디언들의 변함없는 믿음이다.

인디언의 영혼
오히예사 지음, 류시화 옮김
오래된미래
1만1천원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4-08-30 오전 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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