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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심정은?
→천성산의 아픔이 나를 부른 것처럼 천성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명된 것 같다. 아직 명확한 답은 없지만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합의내용에 만족하나?
→옳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천성산 공사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가 국회에도 상정됐고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개정 의사를 밝혔다. 합의 결과가 크게 부족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제 우리들의 몫이 많이 남은 셈이다.
△단식 정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50일이 넘어서도 청와대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을 때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 정부가 민의에 귀 기울일 의지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또 우리들은 이전에 실시된 환영영향평가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환경부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의 차를 줄이는 부분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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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문제로 환경운동연합과 조계종 총무원은 자정의 계기가 됐으리라고 본다.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또 다른 눈뜸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항소심에 대한 전망은?
→나는 모른다는 것으로 마음의 깃대를 세운다. 희망이 무기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할 경우 지질 분야 등에 우리가 필요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전문가를 섭외할 계획도 있다.
△불교계 내부 환경파괴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환경파괴의 주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특히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동참하지 못한 일종의 죄의식이 있다. 물론 불교계에서 환경파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대가 가지고 있는 아픔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통해 새로운 문제에 접근하는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단식하면서 단 한번도 ‘사찰환경피해’와 ‘수행환경피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정진 방법이 극단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는데?
내가 원래 화도 잘내고 울기도 잘 운다. ‘원칙주의자다’ ‘수행자가 중도를 걷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내 감정에 솔직해서 그렇다. 그리고 그 솔직함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운동하면서 선악의 관점에서 운동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많이 했다. 즉 도덕적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정적 부분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상생과 화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 때문에 단식하면서 ‘노무현 정권을 규탄한다’는 얘기는 안했다.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다.
△뭐가 제일 먹고 싶었나?
단식을 하던 청와대 앞 주택가 골목을 걸으면 아침마다 콩나물국 냄새가 진동했다. 내가 다시 콩나물국을 먹을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단식이 끝나면 반드시 콩나물국을 먹으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입원 후 제일 처음 먹은 음식도 콩나물국이다. 다만 파병반대 때문에 아직도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고 있는 수사님께 미안할 따름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단식할 때 나에게 3일만 주어진다면 하루는 도롱뇽 소송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다른 하루는 인드라망의 그물로 생명연대를 만들며, 나머지 하루는 생태학습 등을 통해 천성산 생명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단식을 중단했으니 한달은 도롱뇽 소송 100만인 서명운동에 뛰어들고, 다른 한달은 생명연대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며, 나머지 한달은 생태학습 등을 통해 천성산 생명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싶다. 특히 새만금이나 원흥이 문제 등 생명에 대한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들과 연대해 영상과 인터넷을 통한 ‘생명공명’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성산 문제로 인해 우리 문화가 바뀔 수 있는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 도롱뇽 한 마리가 청와대에 들어가 온 강산에 봄을 불러올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천성산 뿐 아니라 전 국토 아픔의 공간에서 많은 불자들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