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나 선사상이 현대 생태학의 사상적 대안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그 진가가 제대로 확인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재영 동국대 강사가 8월 28일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 57차 월례 발표회를 통해 발표한 ‘선의 불성관을 통해본 생명의 내재적 가치’는 구체적인 전거를 들어 불교생태학 구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기에 충분했다.
서재영 씨는 논문에서 선의 불성론이 존재 자체의 내재적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전제 하에, 범인과 성인은 불성에 있어 차별적이지 않으며(凡聖一如), 미물조차도 불성이 있다(蠢動含靈)는 선사들의 가르침을 부각시킨다.
서 씨는 불성을 “영원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삶의 과정과 존재들 상호간의 관계”로 규정한다. 이에 대한 중요한 전거 중 하나는 <조당집>에 실린 배휴 스님과 동사 스님의 문답이다. 참새에게 불성이 있냐는 배휴 스님의 질문에 동사 스님이 “불성이 없다면 어찌하여 새매의 머리에다 똥을 싸지 않겠는가”라고 답하는데, 이에 대해 서 씨는 동사스님이 한 개체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생존방식이나 질서조차도 불성의 한 단면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불성의 의미는 “존재간의 상호 관계성,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삶의 양식과 관계로 이해될 수 있다”고 서 씨는 주장한다.
서 씨는 이처럼 모든 존재를 유기적 전체로 통합하는 선사상은 인간 중심의 가치관, 도구적 가치관을 극복하는 데 유력한 근거며 살아 있는 윤리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