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는 중생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두 권의 시집이 나왔다. 서울 해인선원장 해운 스님의 <이 길이 나는 좋아>와 조계종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스님의 <칡꽃이 필 때 만난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길이 나는 좋아>가 각박한 도심 속에서 상처받고 고뇌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달래준다면, <칡꽃이 필 때…>는 이른바 ‘여순반란사건’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우리는 형제이고 부자였었지/ 서로가 잘났다고 했었지/ 그래서 싸우고/ 원수가 되고 가난한 거지가 되었었지”(‘IMF 시절 우에노 공원’ 中)나 “지구촌 사람들/ 이라크 나라/ 평화의/ 봄이 오기를 노래 부릅니다”(‘언제쯤 평화의 봄이 될까’ 中)에서처럼 해인 스님의 시는 분단이나 경제난, 전쟁 같은 현실의 아픔을 노래한다. 동국대 홍신선 교수는 “스님의 시심(詩心)을 통해 불교가 도구적 이성의 폐해를 줄이고 뭇 생명 있는 것들의 공존, 화해의 삶을 추구하는 대안사상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불교용어는 쉽게 풀이했고, ‘공존’과 ‘허공에 꽃이 핀다’ 등의 시는 현각 스님의 번역본을 함께 실었다.
“여순 반란 이라는 비극에 대하여 말하려는 순간에/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나를 슬프게 한다./기억하라 기억해 내라 눈물로 기억해 내라”(‘여순 반란 이라는 비극에 대하여’ 中)
진관 스님이 펴낸 <칡꽃이 필 때…>는 최근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사상자 명예회복특별법’ 개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쓴 시 110여 편이 담겨 있다.
스님은 “지난 1월 ‘제주 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처럼 ‘여순반란사건’ 또한 관련법 제정으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여수, 순천, 구례 지역과 전국 각 처에서 이름 없이 죽어간 영혼들을 위해 이 시를 바친다”고 밝혔다.
<이 길이 나는 좋아>(해인 스님 지음, 세손, 5천원)
<칡꽃이 필 때 만난 사람>(진관 스님 시집, 자주민보,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