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최열 대표가 8월 23일 오전 한상열 목사와 함께 단식 정진 55일째인 지율 스님을 방문했다. 최 대표는 지율 스님에게 “생명을 걸고 단식을 하고 계신데,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먼저 찾아뵙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이전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대표니까 잘 되도록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이와 같은 발언은 지난해 6월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천성산 문제 합의 당사자인 지율 스님을 배제한 상태에서 정부측과 ‘노선검토위원회’를 구성해 현 천성산 노선이 최선이란 결론을 내린 것을 사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율 스님은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과는 일을 못하겠다고 선을 그은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며 환경운동연합의 천성산 문제 참여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 ‘도룡농의 친구들’은 8월 23일 부산환경운동연합이 기자회견을 가지려고 한 것과 관련, 천성산 문제 개입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예정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은 ‘도룡농의 친구들’이 보낸 편지 전문.
부산환경운동연합 귀중
부산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의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보도자료를 접하고 우려와 아울러 우리의 입장을 전하는 바입니다.보도자료에는 <목숨건 지율 스님의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요구수용과 합리적인 대안노선 제시하라>라고 요구하며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문제 해결 또한 촉구하였습니다.
환경연합에서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율 스님은 현재 3차 단식 55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6월 정부측과 가졌던 <노선재검토 위원회>의 부실하고 왜곡된 결론으로 인해 만들어진 위태로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연합이 세계환경운동사의 비웃음 거리라 여겨지는 <조사기간 1달>에 합의하고자 할 때, 천성산 대책위는 시민종교대책위와 환경연합에게 <정부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냐? 절대 불가한 사항이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환경연합에서는 <우리의 요구만큼 조사기간이 합의 연장되지 않는다면 파기하고 나오겠다>고 장담하였던 바가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재검토 위원 어느 누구도 조사기간 동안 천성산 구간을 두 번 답사한 사람이 없었음이 언론에 드러나고 헬기로 탐사한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천성산 대책위와 지율 스님이 우려한 대로, 재검토위원회의 결론이 정부가 바라는 대로 결정이 나고 공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지율 스님은 환경연합에서 정부측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천성산의 문제를 민원인이자 이해당사자가 아닌 부산시민종교대책위에서 결정하는 것에 반대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민종교대책위와 환경연합의 왜곡된 활동으로 인해 이해 당사자인 내원사 지율스님이 협의의 주체로 대접받지도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십니까? 이것은 옆집의 문제를 앞집에서 결정하는 것과 같음을...
지율 스님의 3차 단식은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그 책임의 정점에 환경연합 스스로가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단식 55일동안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어떠한 반성도 없으면서 또 다시 지율 스님 단식 운운하며 천성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결코 순수한 뜻에서>라고 생각할 수 없으며 또한 위기에 처한 지율 스님을 살리는데 진정 도움이 되는 발상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문제를 자신을 돕는 사람들과 스스로 풀길 원합니다.
그간 혹여 천성산대책위와 도롱뇽 친구들의 역량을 간과하고 대신 그 역할을 할 생각이었다면 이제라도 거두어 주길 바랍니다.
천성산은 천성산의 방식으로 풀어갈 것임을 밝히며 귀 단체에서 또다시 지율 스님과 천성산 문제를 운운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런 바, 8월 23일 오전 10시 부산역에서 가지기로 한 기자회견에 나서지 말아 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 날 소집된 <긴급 대표자 회의>에서도 또다시 천성산 관계자는 배제되었으며 이것은 또다른 문제의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정말 고속철도의 천성산 관통을 반대한다면 그간의 과오에 대해 책임지고 환경연합은 이 운동에서 손을 떼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천성산대책위와 지율 스님,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올곧은 연대를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고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귀단체로 인해 순수한 시민단체의 정체성이 오해의 눈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천성산문제에서, 고속철도 관통문제에서 한발 물러서 스님을 위해 반성과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이것이 진정 천성산을 살리는 단초가 될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여주시길 바랍니다.
부산 도롱뇽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