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달리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강력한 투쟁 방법인 단식. 8월 23일로 지율 스님의 청와대 앞 단식 정진이 55일째를 맞는 가운데, 단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최대 한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근대 한국사에서 단식투쟁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05년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자 의병을 조직해 항거한 면암 최익현이 대마도에서 단식을 하다 4개월만에 순국한 일. 그 이후 일제 시대와 군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단식을 하다나 도중에 목숨을 잃곤 했다.
외국의 경우에는 북아일랜드 구교파 군사 조직인 아일랜드 공화군(IRA) 대원 보비 샌즈가 1981년 단식투쟁을 하다 66일만에 숨졌다. 터키에서는 지난 2000년 시위를 벌인 노동자 60여 명이 단식을 하다가 이듬해 4월 무렵 19명이 사망했다. 따라서 단식 50일대를 넘어서면 단식자의 건강에 따라 다르지만 갑자기 위기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지난번 38일, 45일 동안 단식을 한 지율 스님의 경우는 더욱 악조건이다.
단식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혈당치 감소. 혈당은 근육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기 때문에 그것의 부족은 심각한 근육 손실을 낳는다. 그 결과 단백질의 최종 분해 산물인 암모니아와 질소가 체내에 쌓이고 혈액과 뇌 조직에 축적되면서 메스꺼움, 피로, 무력감, 우울증 등의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지율 스님은 이미 심각한 두통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단식의 다른 효과는 혈중 요산 농도 증가. 이는 급성 통풍의 원인이 된다. 혈중 칼슘, 칼륨 등 미네랄 농도가 떨어지면 심장 박동에 무리가 간다. 이것은 곧 심 부정맥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단식은 신장과 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장과 간부전 역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면역력도 동반해서 나빠진다. 지율 스님의 온몸에 생긴 부스럼은 면역력 저하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성인 일일 에너지 소비량을 2000칼로리라고 봤을 때, 정상 성인은 체내 단백질을 2주일 정도, 지방질은 60-70일 분 정도 몸에 축적한다. 수차례 단식을 했던 지율 스님의 경우에는 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대체로 오랜 단식이 일으키는 병은, 면역 기능 저하로 인한 폐렴, 탈수증을 동반한 설사, 심장부정맥, 패혈증 등이며, 합병증을 동반할 경우에는 되돌이키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