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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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서읽는 문화 함께 만들어요
최근 심각한 불황으로 고사위기에 놓인 불교출판, 그 해결책은 없을까?
불교계 출판 불황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돼왔던 ‘책 안 읽는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불교계 출판사들은 지난 7월 2일 ‘불교출판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오는 10월 불교출판문화협회를 발족하는 등 출판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현 스님과 동국역경원 최철환 편찬부장, 동국대 김호성 교수, 민족사 윤창화 대표 등이 주축이 된 불서읽기 모임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도 오는 10월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있어 불교계의 ‘책 읽는 분위기 형성’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불서를 읽고 토론함으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에 한 발 더 다가서려는 니련선하원(주지 정운)의 불서읽기 모임과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의 모니터링 현장을 소개한다.

니련선하원 ‘불서읽기 모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인 8월 7일. 이날 서울 개봉동 니련선하원(주지 정운)에는 불서를 읽으며 찜통더위를 이기려는 ‘불서읽기 모임’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불서읽기 모임’은 지난해 12월 정운 스님의 지도로 시작된 것으로, 12명의 참가자들은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토론회를 열어 <티벳불교> <붓다 그 삶과 사상> <인도사원순례> 등 8권의 불서를 읽었다.

이 모임의 특징은 장년층 이상의 불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40여 년 간 공무원으로 재직한 장성호(60) 거사와 개인 사업을 하며 불교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박덕환(63) 거사, 모임의 ‘최고참’ 안병덕(73) 보살 등 지긋한 나이의 불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금강경> 독송에 이어 한 달간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한다. 이날 토론할 책은 <밀라레빠>. 박 거사가 준비해온 발제문을 읽고난 후 회원들이 각자의 소감을 발표하자 본격적인 주제토론이 이어진다. 이날 쟁점이 된 문제는 ‘복수와 악업’ 그리고 ‘스님의 부와 수행’에 관한 문제다.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들답게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복수는 또 다른 업을 쌓는다는 것을 알지만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럴수록 더 수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시간 가량 이어진 토론이 끝나자 정운 스님은 다음 달에 읽을 책을 선정하고 모임을 정리했다.

안병덕 보살은 “늙어서 그런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일쑤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여 앉아 다른 사람들 얘기 듣는 것이 좋아 계속 참석하고 있다”고 말한다. 장성호 거사는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다”며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지만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정된 책 한 권씩을 품에 안고 사찰 문을 나서는 회원들의 눈에 새로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스쳐 지나간다. (02)2685-2396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 모니터 모임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이 궁금하신 분,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알고 싶은 분은 누구든 환영합니다. 함께 불서를 읽으며 공부해 봅시다.”
8 월 15일.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제각각인 불자 18명이 조계사불교대학에 모였다. 바로 오는 10월부터 운영될 초보불자들을 위한 책읽기 모임인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의 모니터 요원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독서 취향과 독서 수준, 모임의 운영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모임의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해 나가게 된다.

첫 대면의 어색함을 깨고 민족사 윤창화 대표가 모임의 취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난 후, 참가자들의 각자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정년퇴직 후 비영리재단 ‘아름다운 가게’와 참여연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맹행일(62) 거사는 “앞으로 책도 열심히 읽고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배우도록 노력하겠다”며 모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내비쳐 다른 회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회원들이 한 달 동안 읽을 책은 <선방일기> <무소유> <붓다 그 삶과 사상> <번뇌 업 고통>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회원들은 선정된 책의 성격에 따라 한 명씩 소리 내 읽고 의견을 나누거나 책을 읽고 온 후 토론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모임을 진행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어 한 시간 정도 회원들은 <선방일기>를 번갈아 읽으며 책에 대한 느낌을 나누었다. 방부를 들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버려진 배춧잎을 뒤적이며 먹을 만한 것을 골라내는 조실 스님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의문 나는 점은 서로 묻고 답하며 궁금증을 푸느라 약속된 2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이날 모임이 끝났다.

조계사 청년회원인 박정선(28) 씨는 “불서를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됐다”며 “회원들의 참여열기도 높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원들의 열정적인 독서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이들이 침체된 불교계의 ‘책읽기 붐’을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02)722-7679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8-21 오전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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