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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석조문화재 이끼ㆍ금 '기우뚱'
문화재보존과학회, 23점 ‘위험 판정’
서울과 충남·북 석조문화재의 상당수가 자연적 요인으로 훼손돼 포괄적인 보존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회장 김은영)가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시행한 서울과 충·남북 석조문화재 111건의 보존 실태 조사에 대한 보고서 ‘석조문화재 보존관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산 마애삼존불, 관촉사 석등, 정림사지 5층 석탑 등 23건이 풍화상태, 생물(이끼류 등)분포, 또는 구조안정성에서 위험수준의 판정을 받아 보존을 위한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보 제84호 서산 마애삼존불은 암벽 균열에 의한 붕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8월 16일에 찾은 서산 마애삼존불은 본존불 머리상과 광배 사이에 ∩자형의 균열이 나 있었고, 본존불과 오른쪽(보는 이 기준) 반가사유상의 광배 오른편에서도 가로방향의 균열을 육안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측 하단부에는 크고 작은 균열이 보였다. 목격자에 의하면 비가 많이 올 때는 이 틈으로 물이 콸콸 흘러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본존불과 왼쪽 보살입상의 광배 위쪽으로부터 아래 방향으로 보이는 백화현상으로 보살입상의 얼굴 부분이 거의 허옇게 변했을 정도였다. 백화현상은 마애삼존불을 보호할 목적으로 1962년 보호각을 건립하면서 사용한 콘크리트 또는 석재가 함유한 칼슘 등의 성분이 빗물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보호각 위편 암석들의 균열이었다. 조사에 참여했던 이찬희 공주대 교수는 “상단부 균열에 움직임의 흔적이 있다”며 “센서를 부착해 상시 모니터링을 해서 데이터를 축적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못지않게 구조상 문제가 심각한 석조문화재는 보물 제232호 관촉사 석등이다. 기울어짐이 확연해, 균형을 잡고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 석등은 화사대와 옥개석을 연결하는 네 개의 돌기둥(화사석) 중 일부가 기울어져, 화사대와 옥개석이 평행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고, 아래쪽의 원주형 간석도 기울어져 전체적으로 석등이 S자 모양을 띠고 있었다. 다행히도 문화재청과 논산시는 이 석등의 보수공사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현재 안전진단 중이다. 논산시 관계자는 “안전진단을 통해 변형의 원인을 파악한 후, 해체 범위와 방식을 결정하고 연말 이후에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석등의 뒤편에 있는, 은진 미륵으로 잘 알려진 보물 제218호 미륵보살입상의 앞뒷면에는 수직방향으로 균열이 길게 나 있었으며, 측면의 시멘트로 때운 아래쪽에 백화현상도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균열부로는 물이 스며 나온 흔적이 있어서 미륵보살입상 내부에도 균열이 있어 물이 지나는 통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논산시는 이 미륵보살입상 정밀실측을 위해 문화재청에 사업비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와 같이 훼손 상태가 심각한 석조 문화재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필요한 보존조치가 무엇인지 확정하면, 시·군에 통보해 예산신청 하게 해서 2005년 예산에 우선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래된 석조문화재들이 기상·지질·생물학적 요인에 노출돼 있는 한 더욱 훼손되고 악화될 것이 뻔한 상황이고 보면,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철저한 과학·기술적 조치와 행정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예산확보가 관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김수진 전 서울대 교수는 “4년째 진행된 석조 지정문화재 조사를 통해 훼손상태가 많이 밝혀졌지만, 정작 그에 대한 정밀진단은 뒤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며 “관련 예산 확보가 선행되지 않고는 제대로 된 문화재 보존·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4-08-21 오전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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