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사경은 중국에 역수출할 정도로 꽃을 피웠으며, 그 연원이 독창적인 신라 사경에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은 <신라 백지묵서(白紙墨書) 대방광불화엄경의 연구>라는 동국대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논문을 통해 “원나라에 많게는 1회에 100명이라는 많은 수의 사경승이 파견되어 중국의 금은자 대장경을 사성해 주고 돌아왔다는 기사가 <고려사>에 수 회에 걸쳐 나타날 정도로 고려 사경예술은 세계 제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신라 불교미술의 전성기인 경덕왕대에 사성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사경 유물인 호암미술관 소장의 국보 제196호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결과가 사경 전문가에 의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이 백지묵서 <화엄경> 경심에 봉안되었던 사리는 부처님 진신사리였음을 확인했으며, 통일신라시대에 조탑소의경전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뿐만 아니라 <대방광불화엄경>도 납탑 봉안 사경으로 사성되었음을 규명했다. 김 회장은 또 신라 백지묵서 <화엄경>이 중국의 사경서체와 일반 서체와는 매우 상이한 독창적인 신라의 심미감이 반영된 서체로 기록되었음을 밝혔다. 서체의 연원은 백제 지역의 잔존 사경 서체이며, 다시 이 서체의 연원은 남조 서풍을 백제인의 심미감으로 재해석한 <무령왕릉지석>의 서풍을 이어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보다 상세히 각 부분별로 심도 있게 분석해 우리나라 사경 연구의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