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출퇴근 도로. 짜증과 답답함을 느끼려는 찰라, 차 안에 <금강경> 한 구절이 울려 퍼진다.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로 공부하는 시간이 된다.
# 2. 돋보기 안경을 쓰고도 책을 읽기 힘든 노 보살님. 며칠 전 며느리가 선물한 테이프를 틀자 부처님과 수보리의 대화가 술술 풀려나온다. 뜻도 모른 채 독송하던 <금강경>의 뜻풀이를 듣자 한층 더 신심이 솟아난다.
오디오북 전문 출판사 ‘내림과 올림’이 <비움의 지혜 금강경> 오디오북을 펴냈다. 흔히 ‘읽어 주는 책’ ‘듣는 책’이라 불리는 오디오북은 기존의 책 내용을 낭독해 녹음한 것으로, 앞의 두 예에서처럼 책 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노년층이나 바쁜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동안 불교계에서는 염불이나 강의 테이프는 많이 선보인 반면 오디오북으로는 <행복의 문을 여는 이야기>(소리)와 <산에는 꽃이 피네>(동쪽나라) 등 극소수가 출간된 것이 전부다.
‘내림과 올림’ 발행인 신상석(45) 씨와 편집장 정수민(44) 씨 부부는 “부처님의 큰 가르침인 <금강경>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게 돼 뿌듯하다”며 “<금강경> 오디오북이 불교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가 오디오북을 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20여년 가까이 IT분야에서 일했던 신 대표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자(賢者)들의 지혜를 소리로 전달해 맑고 밝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출판사를 열었다. “2006년까지 동서고금의 고전 100권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겠다”는 야심찬 의욕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대학ㆍ중용> <예언자> 등을 펴냈고, 판매수익금의 1%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흔히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잖아요. 하지만 오디오북은 고전의 지혜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설거지 등의 집안일을 하는 시간에 듣다 보면 공부가 저절로 될 것입니다.”
<비움의 지혜 금강경>은 CD 2장(혹은 테이프 2장)과 소책자로 이뤄져 있다. CD 1에는 전문 성우들이 낭독한 <금강경> 번역본을, CD 2에는 용어해설을 담았다. 대화체로 이루어진 <금강경>의 맛을 그대로 살렸고, ‘여시아문(如是我聞)’, ‘기원정사’ 등의 용어도 관련 일화를 함께 소개한다. 소책자에서는 <금강경> 원문을 볼 수 있다.
<금강경> 번역은 영산대 신원봉 교수가 맡았고 KBS 성우 전인배 채의진 씨가 낭독했다. 배경음악으로는 목탁 소리 대신 ‘오카리나’라고 불리는 흙피리 연주곡을 사용해 지루하지 않게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신 대표는 “앞으로 <숫타니파타> <법구경> <남회근 대사의 금강경 강의 전문> <어린이 불교동화> 등의 다양한 오디오 북을 펴낼 계획”이라며 “많은 불자들이 함께 수지독송할 수 있는 경전 오디오북 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비움의 지혜 금강경
신원봉 옮김, 전인배 채의진 낭독
내림과올림
CD 1만5천원
테이프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