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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왕사 찻집 다인, 장애인 다도교실 현장
“여기가 어디야?” “얘들아 신발은 벗고 들어가야지!”
8월 16일 오전 11시. 평소 조용하기만 하던 부천 석왕사의 찻집 ‘다인’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사회복지법인 석왕사 룸비니(이사장 영담)가 운영하는 시흥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9일간 열리는 ‘여름학교’의 일환으로 다도교육을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아이들 9명과 자원봉사자 8명이 들어서자 찻집은 순식간에 꽉 찬다.

사회재활팀 이구호 팀장은 “요즘 차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아이들이 실제 차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직접 차를 우려 봄으로써 정서순화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다도교육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업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훌쩍훌쩍 울자 덩달아 또 한 명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또 한편에서는 다구 손잡이가 부서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는 ‘다인’의 오숙 사범과 사회복지사들. 과연 다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나서야 다도 수업이 시작된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다포를 걷자 아기자기한 모양의 다구들이 나타난다. 처음엔 심드렁한 표정이던 아이들이 이것저것 만져보며 “이건 뭐하는 거예요?”라고 물어본다. 일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듯 보였다. 다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본격적인 다도수업이 시작됐다. 숙우(물식힘사발)에 물을 따르고 그 물을 다시 잔에 따른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동작도 이들에게는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바닥에 물이 흐르고 다구가 흐트러져도 아이들은 시종 진지한 표정이다.

정신지체 3급인 곽상익(12) 군은 맹보라(24) 학생의 설명에 집중하며 곧잘 따라해 선생님의 칭찬을 독차지했다. 다구도 척척 제자리에 놓고 차도 적당하게 덜어 탕관에 넣는 모습이 제법 의젓하다. 자신이 우린 차를 마시며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던 상익이가 차 한 잔을 들고 벌떡 일어나 선생님에게 다가간다. “선생님도 차 마셔요.” 1시간 동안의 수업 시간 내내 긴장했던 오 사범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다도교육을 맡은 오 사범은 “차를 우려내 주위 사람과 함께 나누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차를 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들의 정서순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을 마친 후 자신이 우린 차를 물통에 담아 들고 찻집 문을 나서는 아이들. ‘좋아요’ ‘싫어요’라는 단순한 말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차는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다.

한편 이날 사용된 차는 인사동 동방예술사(대표 여지악)에서 무료로 보시해 다도교육의 의미를 더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8-17 오전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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