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의 단식과 관련한 종교ㆍ시민ㆍ사회단체 대표자 회의에서 논란의 대상은 ‘지율 스님 살리기’와 ‘천성산 살리기’. 즉 수경 스님 등은 지율 스님 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박병상 대표 등은 천성산 살리기 방안이 없으면 지율 스님 살리기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맞섰다. 여기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 대표단을 구성, 청와대측과 직접 만나는 것과 단체들 공동 입장을 표명하는 것, 도롱뇽 소송 100만인 범국민운동본부 발족을 논의키로 한 것 등의 성과는 있었다. 특히 무엇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ㆍ시민ㆍ사회단체들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한편 이 자리에는 수경 스님, 참여불교재가연대 박광서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 문규현 신부, 원불교 특별교구장 이선종 교무, 박경조 신부, 김지하 시인,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박병상 대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의장, 여성민우회 김상희 상임대표, 청년환경센터 이헌석 대표, 이동환 사무국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회의 내용을 요약한 것.
박광서 : 지율 스님이 생명 문제를 화두삼아 단식을 시작한지 48일째를 맞이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견을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문정현 : 드릴 말씀이 별로 없다. 뜻이 있어서 단식 하는 분께 우리가 이렇게 할 테니 단식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을 번번이 쓸데없는 일이 돼 왔다. 가는 사람은 가되, 지켜보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단식에 동참하고 싶지만 그에 버금가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지율 스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수경 : 지율 스님의 단식이 인간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지율 스님의 생명을 담보로 운동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3개월(청와대가 환경영향평가 실시 기간을 3개월로 제시한 것) 때문에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종교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해 지율 스님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
박병상 : 김선일 사건에서 보듯, 지금 정부는 실용주의를 앞세우며 생명을 경시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식을 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천성산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실시 6개월은 농간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이다. 3개월은 어이없는 시간이다. 정부와 타협해선 안 된다. 이 문제를 천성산 살리기도 접근해야지 지율 스님 살리기도 접근해서는 안 된다.
수경 : 현실적으로 가능한 생각을 해야 한다. 이 문제는 한 두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내용이 표출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국민들의 동의가 가능한가. 예를 들어 불교계 내부에서도 결집이 안 되고 있다.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율 스님의 요구는 스님이 직접 참여해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6개월만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비용은 종단에서 대 준다면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한꺼번에(지율 스님 살리기와 천성산 살리기) 다 풀 수 없다.
박병상 : 그렇게 하면 지율 스님 생명 밖에 살릴 수 없다.
수경 : 지율 스님이 죽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박병상 : 삶의 반성은 얻을 수 있다.
수경 : 천성산 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들에 대해선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 가능한 접근을 하자.
박광서 : 첫째, 이 문제에 대해 우리들의 뜻을 모으고 둘째, 정부에 어떻게 압력을 가하는 가가 문제가 관건이다. 그 다음 각 단체들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지율 스님 살리기와 천성산 살리기는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다.
김상희 : 원칙적으로 생각하기는 쉽다. 그러나 일단 지율 스님의 단식을 중단시켜야 한다. 돌아가신다면 무책임한 일이자 잔인한 일이다. 스님이 이렇게 사라진다면 우리 모두 공범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단식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박병상 : 스님이 단식이 중단되면 100만인 서명 또한 유명무실해지고 정부 또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이헌석 : 우리들이 스님께 단식을 중지해 줄 것을 요청해도 중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투쟁의 동력이 지율 스님이었다면 다른 동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 단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이 문제를 끌고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수경 : 우리 사회는 천성산 문제뿐만 아니라 이라크 파병, 각종 노동운동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것들을 놓고 이 문제에 다 집중할 수 있는가. 지율 스님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선 지율 스님을 살려야 한다.
박병상 : 살리는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김상희 :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다. 지율 스님을 살려서 운동을 연결시켜야 한다.
문정현 : 스님이 죽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이 세 번째 단식이다. 단식을 48일 동안 한다는 것은 누가 하라 하지 말라 할 부분 아니다. 본인도 긴박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스님이 무엇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감히 단식을 중단하라고 이야기 할 것인가.
김지하 : 여러 차례 이와 같은 비슷한 모임에 갔었지만 이번처럼 아무런 생각이 안 떠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무어라 할 말 없다.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과거 운동 경험을 비춰볼 때 조직이 이동하지 않더라도 명분은 이동할 수 있다. 몇몇이 협의 주체가 돼 지율 스님의 최종 목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각 방면에서 이러한 것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율 스님의 의도일 것이다. 우리가 바통을 이어받는다면 내일이라도 지율 스님이 단식을 중단할 수도 있다. 내 느낌이지만, 보통 국민들도 48일간의 단식을 보고 넘기는 정부가 무자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단식한 적이 있지만 열흘 정도 지나면 혓바닥이 굳고 오장육부가 뒤틀린다. 무자비함을 극복하자는 것도 하나의 슬로건이 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스님이 단식을 풀고 각개각진하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자신 없다. 너무 어려운 문제다.
수경 : 누가 단식 중단을 이야기하더라도 지율 스님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실시 6개월이 해결돼야 한다. 한쪽에서는 청와대와 협상하고 한쪽에서는 운동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
박병상 : 지난번 단식에서 40일이 지나자 시민단체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다. 문제는 스님을 살려냈더니 불씨가 꺼져버린 것이다. 이번에 스님을 살려내면 다음번 스님 단식은 70일이 될 것이다. 종교 및 각계에서 일어난다면 100만인 모집은 열흘이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고법을 움직일 수 있다. 우리가 먼저 행동을 보이면 스님 스스로 단식을 중단할 것이다. 또 한번 할 수 있다.
한상렬 :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로 53일간 단식한 적이 있다. 지율 스님이 위험한 상황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식은 스스로 풀어야 한다. 스님은 스님대로 해야 한다. 조건으로 할 단계는 지났다. 스님은 무주상보시 정신으로 단식을 하고 있다. 스님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활동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운동본부를 결성해야 한다. 청와대와 빨리 만나야 한다.
이동환 : 오늘 이 자리가 스님 목숨 하나에 연연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면 한다. 천성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님이 단식을 한 것이다. 스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이 운동에 선뜻 나서달라.
김혜경 : 올 9월 정기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법을 개정하기 위해 환경노동위에 있는 단병호 의원이 준비중이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