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애불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충남 서산 마애삼존불(높이 2.8m·국보 84호)의 훼손 상태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리부서는 훼손 상황을 보고받고도 보존ㆍ수리를 차일피일 미뤄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회장 김은영·이하 보존과학회)의 현장 조사 결과 서산 마애삼존불상이 새겨진 기반부 암석이 심한 균열 현상을 보일 뿐만 아니라 광물질 성분이 녹아내려 표면을 변색ㆍ파손시키는 등 백화풍화 현상을 겪고 있어, 신속한 정밀 구조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문화재청과 서산시청은 올해 초 이런 내용을 통보받고도 예산 부족과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진단작업에 착수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보존과학회가 올해 초 발간해 문화재청 및 학계 관계자들에게 배포한 석조문화재 조사보고서 ‘석조문화재 보존관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용역을 받아 지난해 6∼12월 서울과 충청도 석조문화재 111건의 보존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이 보고서는 서산마애불을 구조안전 등급상 가장 위험한 상태에 해당하는 5등급으로 판정하고, 암벽 균열에 의한 붕괴 가능성이 있어 정밀 구조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