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불교는 보살불교라고 말한다. 여기서 보살이라는 것이 뜻하는 의미는 다시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불교는 여성불자의 신심 위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혹 이 보살불교가 한국불교의 문제요 병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이다. 조선조 오백년의 암흑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 그저 불교가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였던 그 시기를 여성불자들의 신심으로 버텨온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좀 더 향상된 의식 위에서 신행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도래했는데도 그에 걸맞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의식을 일깨우지 못한 종단과 불교계 지도층의 나태함에 있다. 불교를 지탱해 온 그들의 장한 신심을 시대상황에 맞는 올바른 신행으로 이끌어주지 못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다시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 여성불자들 스스로 깨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교여성개발원이 전국의 여성불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불자 의식조사’ 분석을 토대로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여성불자들의 힘이 한국불교를 바꾸는 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새로운 태동의 소식이다. 한국불교의 토대를 이루는 여성불자들을 아래로부터 바꾸어나가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의 시작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환경에 알맞은 수행과 신행 프로그램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면 기복 위주의 신행이 지양되고, 진정한 불교의 생활화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불교의 기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여성불자들이기에, 그들의 변화야말로 한국불교를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만 한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이토록 중요한 문제에 있어 지원은커녕 거의 방치했다는 것에 대해 불교계와 종단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이제라도 불교여성개발원 등을 중심으로 한 여성불자 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비롯하여, 여성불자들의 힘을 올바로 이끌어 한국불교를 바꾸어 나가려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정책수립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성태용(건국대 교수)